아파트 분양·임대거래만 ‘팔팔’…세종시에 무슨 일이?

  • 등록 2015-07-20 오전 6:00:00

    수정 2015-07-20 오전 6:00:00

△지난달 말 세종시 대평동에서 개관한 ‘세종시 중흥S-클래스 센텀시티’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중흥토건]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새 아파트 분양가가 쑥쑥 오르고 청약 경쟁률이 수십 대 1에 육박하는 가운데 기존 아파트값은 내리막을 타고 있다. 전·월세 거래량이 1년 새 두 배 넘게 늘었지만, 가격은 잠잠하기만 하다.

일반 상식으로는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 어려운 현상들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곳이 바로 요즘의 세종시다.

분양시장 활황, 아파트값은 하락?

먼저 세종시 분양시장을 보자. 19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최근까지 세종시 내 6개 블록에 분양한 새 아파트 4160가구에는 청약자 5만 4804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이 13대 1에 이른다. 전체 청약률이 2013년 1.36대 1, 2014년 6.51대 1에서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예를 들어 이달 세종시 2-1 생활권 L2 블록에서 분양한 ‘중흥 S-클래스 센텀시티’ 아파트는 155가구 모집에 6605명이 접수해 평균 43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 85㎡ A형(6~13층) 분양가는 3억 400만원(3.3㎡당 884만원)으로 1년 전 세종시 평균 분양가(3.3㎡당 806만 7000원)보다 10% 정도 비쌌다.

부동산 리서치 전문업체인 리얼투데이 조사 결과, 2011~2014년 3.3㎡당 800만원 선이던 세종시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올해 들어 3.3㎡당 1005만원으로 뛰었다. 지난해 12월 433채에 달하던 미분양 아파트는 올해 3월 이후 3개월째 ‘0’을 기록 중이다. 신규 주택 공급가격이 오르고 집 사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나성동 S공인 관계자는 “입지가 좋은 2-2생활권에서 지난해 분양한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에 웃돈(프리미엄)이 1000만~8000만원 정도 붙었다”고 말했다.

반면 기존 아파트 가격은 약세를 보인다. 국민은행 시세 조사를 보면 지난달 기준 세종시 아파트값은 작년 말보다 0.42% 내렸다. 전국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최대 하락 폭이다. 이 기간 아파트값이 떨어진 곳은 전남(-0.36%)과 세종시 둘뿐이다.

새 아파트와 기존 아파트 간 가격 연결고리가 끊긴 걸까.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 얘기는 다르다. 종촌동 세종한신타운공인 관계자는 “시장이 살아나면서 과거 3.3㎡당 800만원 안팎에 분양했던 이 동네 아파트값이 지금은 대부분 3.3㎡당 1000만원 정도로 올랐다”고 말했다. 일례로 올해 초 2억 9000만~3억원 선이던 가재마을 11단지 세종 한신휴플러스 전용 85㎡형 매매 시세는 현재 3억 4000만원까지 상승했다. 가격이 떨어진 것은 고운동·아름동 등 일부 지역 아파트에 국한된 것일 뿐, 통계와 실제 시장의 체감도가 동떨어졌다는 이야기다.

동네 집값 올랐는데…가격 변동률 ‘착시 현상’

이는 통계 집계 방식이 빚은 혼동으로 풀이된다. 송인호 KDI(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통계에서 최근 세종시 아파트값이 내린 것은 ‘가중평균(Weighted Average·가중치를 반영한 평균값)’에 의한 착시 현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세종시 전체적으로는 주택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과거 저가에 분양해 가격이 오른 아파트보다 최근 고가에 분양했다가 가격이 하락한 아파트 물량이 더 많다 보니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였다는 얘기다.

국민은행 시세 변동률은 각 주택의 가격 변동률을 산술 평균해 구한다. 예컨대 과거 1억원에 분양한 아파트 2채가 최근 1억 3000만원으로 30% 오르고, 1억 5000만원에 공급된 새 아파트 8채가 같은 기간 1억 3500만원으로 10% 내렸다고 치자. 이때 통계상 전체 집값은 평균 2% 내린 것으로 나타난다. 사는 주민이 보기엔 동네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지만, 외지인에게는 요즘 분양가보다 가격이 하락한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세종시 아파트값은 1㎡당 평균 230만 1000원으로, 작년 12월(1㎡당 224만 1000원)보다 2.7% 올랐다. 가격 집계가 이뤄진 2013년 4월(1㎡당 214만원)과 비교하면 2년 새 7.5%가 상승했다.

입주아파트 쏟아지자 거래 늘고 가격은 ‘잠잠’

세종시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현상은 이뿐만 아니다. 임대시장의 경우 거래가 늘어도 가격이 내려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세종시 전·월세 거래량은 4726건으로 지난해보다 106.8% 급증했지만, 아파트 전세는 작년 말 대비 1.39% 내렸다. 거래량 증가와 가격 하락 폭이 모두 전국 최대다.

이러한 전·월세 시장 동향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공급 물량’과 ‘빨대 효과’다. 고운동 K공인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월세가 좀처럼 오르지 않고 기반시설은 개선되면서 공주·대전·청주 등에서 싼 전셋집을 찾아 이사 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1~2013년 사이 2000~4000가구 정도에 불과했던 세종시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는 1만 7382가구로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세종시는 2013년 정부청사 공무원이 1차로 입주하면서 집이 부족해 전세가 급등했다”면서 “당시 폭등했던 전세가 요즘 입주량 등 전체 주택 재고가 늘면서 거래량이 증가하고 가격은 조정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아파트 입주 물량 [단위:가구, 자료:부동산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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