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칼럼]잇몸질환 조기치료는 가래로 막을 일을 호미로 막는 일

  • 등록 2015-01-01 오전 5:51:45

    수정 2015-01-01 오전 5:51:45

[고광욱 유디치과 대표원장]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적은 힘을 들여서 해결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기회를 놓쳐 큰 힘을 들이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치과에서 환자를 대할 때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는 말이다.

흔히 풍치라고 부르는 치주염은 잇몸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치아와 잇몸 사이에 치태(음식 찌꺼기)와 치석(치태가 돌처럼 굳어버린 것)이 쌓이면 잇몸에 염증이 생긴다. 잇몸에 염증이 생기면 잇몸이 붓고 양치할 때 피도 난다. 입 냄새도 다소 심해진다. 이 때에는 어떻게 하면 될까? 스케일링으로 치태와 치석을 제거하면 된다. 염증의 원인이 치태와 치석이므로 치태와 치석을 제거하면 치주염도 당연히 개선된다. 치태와 치석을 제거하지 않고 잇몸의 염증을 근본적으로 낫게 하는 방법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 없다. 스케일링은 지난해부터 보험적용이 되어 동네 치과에서는 1만3천 원 정도의 비용이면 시술이 가능하다. 치주염에 있어서는 바로 이 단계가 호미로 막는 단계이다.

그런데 스케일링이 치아를 오히려 망친다는 잘못된 속설을 믿고 스케일링을 받지 않는 분들이 많다. 치아가 시리거나 아플까봐 꺼리기도 한다. 또는 약만 먹으면 나을 것을 괜히 돈을 벌기위해 스케일링을 권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스케일링을 받지 않고 초기 단계의 치주염을 방치하면 어떻게 될까?

치주염은 잇몸의 염증에 의해 잇몸 뼈가 녹는 병이라고 했다. 잇몸 뼈가 점점 녹아 없어지면 잇몸이 주저앉기 시작한다. 잇몸이 주저앉으면 치아의 뿌리가 바깥으로 드러난다. 치아의 뿌리가 바깥으로 드러나면 몹시 시려진다. 양치를 할 때, 바람을 들이킬 때 또는 차가운 물을 마실 때 치아가 시린 고통이 시작된다. 한 번 내려앉은 잇몸을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잇몸이 내려앉으면 치아와 치아 사이에도 빈공간이 생긴다. 그리고 이 공간으로 치태와 치석은 더 많이 생긴다.

더 많이 쌓인 치태와 치석은 치주염을 더욱 심화시킨다. 이런 상태가 되면 흔히 잇몸수술이라고 부르는 치주소파술 또는 치은박리소파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잇몸수술은 병원도 여러 차례 방문해야 하고, 마취 주사도 맞아야 하며, 잇몸을 절개하고 봉합하기도 하는 무척 힘들고 번거로운 치료 과정이다. 비용도 스케일링에 비해 훨씬 많이 든다. 이 쯤되면 가래로 막는 단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가래로라도 막았다면 다행이다. 잇몸수술 마저도 하지 않고 치주염을 계속방치하면 어떻게 될까? 치아는 뿌리가 잇몸 뼈에 박힌 상태로 존재한다. 방치된 치주염으로 잇몸 뼈가 뿌리 끝까지 녹아버리면 치아는 더 이상 튼튼하게 버틸 수가 없어 흔들리게 된다. 치아가 흔들릴 때마다 주변 염증 조직을 자극하게 되므로 아파서 음식을 씹을 수도 없다. 이 정도 상황이 되면 스케일링이나 잇몸 수술로도 상황을 개선시키기 어렵다. 결국 아픈 것을 참고 지내거나, 아니면 치아를 빼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이 정도 상황이 되면 이제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단계이다. 치아를 뽑고 임플란트 또는 틀니를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1년에 한두 번 몇 만 원의 비용으로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치주염을 방치한 결과는 결국 적게는 수십만 원, 많게는 수백만 원의 비용이 드는 치료가 필요한 상황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단지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다. 임플란트를 하거나 틀니를 하는 과정 또한 긴 시간과 다소의 고통이 동반되며, 시술을 마쳤다 하더라도 원래의 건강한 내 치아만큼 마음껏 음식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는 어렵다.

치과의사들이 스케일링을 권유하면 해도 티도 안나는 치료를 그저 돈을 벌기 위해 권한다며 색안경을 끼고 보는 환자들이 너무나 많다. 게다가 잇몸수술까지 권하게 되면 스케일링도 좋게 생각하지 않는데 더한 걸 권한다며 화를 내시는 분도 많다.

또 치주염을 너무 오래 방치한 환자에게 이를 빼야 한다고 말씀드리면 그야말로 이도 살릴 줄 모르는 돌팔이 의사로 취급하며 약이나 지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무조건 이를 뺀다고 해서 치과의사들에게 유리한 것은 절대 아니다. 치과의사도 환자에게 건강한 치아가 많이 남아있어야 앞으로 치료할 치아도 많을 것 아닌가. 2015년 새해에는 가래로 막을 번한 일을 호미로 막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미루고 미룬 치과 치료를 받는 것을 새해 목표로 세워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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