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역주행''하는 한국차 시장

''고유가 고통''에도 중·대형차만 팔려
美·日 소형차 날개 돋친듯 팔리는데
한국은 오히려 ''작은 차'' 판매량 감소
다양한 모델·소형차 확대 정책 시급
  • 등록 2008-07-10 오전 8:11:37

    수정 2008-07-10 오전 8:11:37

[조선일보 제공] 고유가 시대를 맞아 전 세계적으로 소형차의 인기가 치솟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소형차가 외면받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에서 팔린 소형차(준중형차 포함)는 10만9201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5%나 줄었다.

반면 현대차 쏘나타 같은 중형차 판매는 12.1%, 현대차 제네시스, 쌍용차 체어맨 같은 대형차는 7.6% 늘었다. 한국만 고유가 위기를 연료절약형 소형차로 이겨내려는 전 세계 시장 흐름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중대형차 위주의 판매 구조 그대로

중대형차 위주의 내수 자동차판매 구조는 꿈쩍도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 내수 판매 10위권 내 차종 중에는 1위 현대차 쏘나타, 4위 현대차 그랜저, 10위 현대차 제네시스 등 중대형차가 6개 차종을 차지했다.

10위권 내에 기아차 모닝, GM대우 마티즈 등 경차 2개 차종이 모두 진입해 경차와 중대형차만 판매가 증가하는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중대형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패턴에는 전혀 변화가 없는 셈이다.

LIG투자증권 안수웅 리서치센터장은 "고유가와 물가급등에 따라 중산층의 내구재 소비 여력이 줄어든 것이 자동차 구매패턴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면서도 "중대형 세단의 판매가 늘어난 것은 전 세계 흐름과 비교할 때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출은 올해 상반기 현대차 베르나(34.9%), 아반떼(8.6%)가 증가하는 등 소형차가 주력차종 대부분을 점했다.

◆미국 중소형차 위주로 급변

기존에 '대형차 천국'으로 불렸던 미국은 현재 SUV는 물론이고 중대형 세단도 판매가 반토막 나고 있다. 반면에 소형·준중형급은 재고가 없어 못 팔 만큼 인기다. 대형 세단 크라이슬러 300C, 중대형 세단 포드 토러스 판매가 전년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반면 작년 6월 3만6000여 대가 팔렸던 혼다 시빅은 올해 6월 4만여 대가 팔렸다. 혼다의 소형차인 피트는 작년 6월 5600대가 팔렸지만, 올해 6월에는 1만 대 이상 팔렸다.

일본은 판매 10위권 내 차종이 1위 스즈키 왜건 R을 비롯해 6개 차종이 전부 경차다. 일본의 경차는 배기량이 0.66L 이하로 국내 경차의 1L 이하보다 낮으며, 차의 크기도 더 작다. 10위권 내의 나머지 4개 차종도 6위인 중형 세단 도요타 크라운을 제외하면 전부 준중형차 이하의 차급이다.

◆소형차 유인 정부정책 필요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다양한 경차·소형차를 제때에 공급하지 못했기 때문에, 잠재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모닝의 생산만 충분했다면 내수 월 2만 대 판매도 가능해 월별 판매 1위에 오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요예측에 실패하는 바람에 대기수요가 4~5개월치씩 밀리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경차 종류가 2개에 불과하고, 소형차 역시 소비자 취향을 충분히 반영한 '작지만 단단한' 모델들이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대차가 인도에서는 신형 경차 i10을 생산해 유럽에 수출하면서도 정작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유럽처럼 작고 연비가 좋은 차를 구입하지 않으면 금전적 손해를 주는 강력한 규제정책도 논의되고 있지만, 제작사나 정부 당국 간의 의견차로 법제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U(유럽연합)는 2012년부터 새로 판매되는 승용차의 1km 주행당 배출하는 CO₂ 양을 130g(기아차 모닝 수준) 아래로 줄여야 하며 이를 초과할 경우 1g당 20유로의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산업연구원 전재완 연구위원은 "유럽처럼 연료소모가 많은 차에는 페널티를 주는 방식으로 소형차 사용을 확대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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