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티베트 유혈사태로 흔들

티베트 망명정부 "시체만 30명, 사망자 100명 넘을 것"

  • 등록 2008-03-16 오후 4:19:15

    수정 2008-03-16 오후 4:19:15

[프레시안 제공] 오는 8월 베이징올림픽은 과연 무사히 개최될 수 있을까.

중국산 불량식품 파동, 대기오염, 인권탄압이라는 3대 악재로 올림픽 개최국 자격이 있느냐는 시비에 시달리던 중국 정부에 이번에는 20년만의 최대 시위사태로 번진 티베트 사태가 불거졌다.

특히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2기 공식출범 전날 시작된 이번 시위는 곧바로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티베트인들의 동시다발적인 시위로 확산됐고 미국 등 국제사회도 일제히 중국 정부를 비난하고 나서 중국 정부가 크게 당황하고 있다.

국제사회 "억류한 승려들 석방하라"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티베트 여행에 대해 미 국무부가 주의령을 발동한 15일(현지시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티베트 폭력 사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중국정부는 티베트 시위 대처에 자제심을 발휘하고, 억류한 승려들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스위스 외교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에 과도한 무력 사용 중지, 언론의 자유를 비롯한 인권의 존중 등을 촉구한 뒤, 국제인권규범에 따라 구금된 시위자들을 대우하고 평화적 시위자들은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스위스 외교부는 티베트의 인권 상황 개선과 아울러 티베트 문제에 대한 장기적이고 평화로운 해결은 티베트 인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15일 제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5차 전체회의에서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재선출된 후 주석과 국가부주석에 선출돼 차기주자로 확실한 자리를 굳힌 시진핑(習近平) 정치국 상무위원에게 티베트 사태의 원만한 해결은 당면한 정치력 시험대가 되고 있다. 

티베트 독립시위,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개

중국 정부가 티베트 사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로 국제사회에 명실상부한 세계 강국의 면모를 과시하려는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경기 과열 극복과 민생문제 등 경제적 문제 외에도 소수민족과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나섰지만, 오히려 소수 민족들은 올림픽 개최를 자신들의 목소리를 세계에 알리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14일 티베트(西藏) 라싸에서 시작된 분리독립 요구시위는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 앞, 스위스 취리히, 인도 뉴델리, 호주 시드니 등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도 북부 다름살라에 있는 티베트 망명정부는 15일 성명을 통해 라싸 시위에 대한 중국 정부의 유혈진압으로 시신이 확인된 사망자만 30명이며, 사망 추정자만 100명이 넘는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가 인정한 사망자 수는 16명이다.

이에 따라 이번 시위는 지난 89년 16명이 숨진 라싸 폭동 때와 비교해도 20년만의 최대 시위로 평가되고 있다. 라싸에서 쓰촨성 청두(成都)로 대피한 외국인들은 라싸에 당시 10여 대의 탱크가 출동했고 수백명의 병력이 거리를 봉쇄했으며 상가가 모두 철시하는 한편 관광객에 외출금지령이 내려져 사실상 계엄령 상태라고 증언했다.

외부 세계와 연결되는 통신도 거의 완전히 제한을 받고 있으며 티베트 내 많은 지역의 통신이 불통되고 있다고 망명정부는 밝혔다.

또한 간쑤(甘肅)성 간난(甘南) 티베트족 자치주에서도 15일 승려 등 수백명이 항의 시위를 벌여 경찰 당국이 시위대에 최루탄을 발사했다. 중국 서북부 간쑤성 샤허에서도 승려들이 이끈 수천명의 시위대가 시청을 향해 행진하면서 경찰과 대치했다.

뿐만 아니라 수도인 라싸와 인근 많은 지역에서 일반인들의 이동이 제한되고 있으며, 텅빈 거리에는 탱크 등으로 무장한 경찰관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고 망명정부는 전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 앞에서는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는 40~50명의 시위대가 "티베트는 정의를 원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중국은 티베트인을 그만 죽이라"고 촉구했다. 이들 가운데 6명은 경찰의 시위중단 요구에 불응한 혐의로 현장에서 검거됐다.

스위스 거주 티베트인들을 비롯한 100여 명의 시민들은 취리히에서 평화시위를 벌였다. 호주에서는 시드니 주재 중국 총영사관 밖에서 티베트 독립 시위를 벌이던 이들 가운데 5명이 현장에서 체포됐다.

네팔 카트만두에서도 승려 수십 명을 포함한 1000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이다 승려 12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촛불시위를 벌이다 네팔 주재 중국대사관을 향해 행진하기 시작했고 이를 제지하려는 경찰과 충돌한 것이다.

아울러 대만 타이베이에 있는 단체 '티베트인의 친구'는 대만이 중국에 대해 티베트 탄압을 중단하도록 촉구할 것을 요구했다. 단체 관계자는 "현지 티베트인이 긴급하게 전화를 걸어와 '총과 탱크를 앞세운 인민해방군이 시위를 진압하고 사원을 장악했다'면서 티베트에 대한 박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중국에 요구해야 한다고 호소해 왔다"고 전했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 "올림픽 보이콧 거부"

티베트 유혈사태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게되면서 일각에서 베이징 올림픽 개최 반대 요구로까지 번지자,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은 15일 "올림픽 보이콧은 오히려 순수한 운동선수들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IOC는 일관되게 올림픽 보이콧 요구를 거부해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로게 위원장은 유혈사태가 이어지거나 중국 정부의 강경진압 과정에서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올 경우 IOC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티베트의 분리독립 요구는 이미 50년이 넘게 지속된 문제다. 중국은 1951년 군대를 동원해 티베트를 강제합병했으며, 티베트는 1959년 독립을 위한 봉기가 실패하면서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인도로 망명해야 했다.

이후 중국은 1986년 덩샤오핑(鄧小平)의 지시에 따라 중국 사회과학원이 주도한 서남공정(西南工程)이라는 이름으로 티베트의 '역사지우기'에 나섰다. 고구려 역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의 전신에 해당한다.

중국은 서남공정을 통해 티베트가 원래부터 중국의 일부분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티베트는 7세기 초 국가를 형성한 이후 원나라와 청나라 시대를 제외하고는 독립적인 국가형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중국은 티베트를 자국 역사에 편입시킨 이후 이민정책으로 티베트내에서 한(漢)족의 반경을 넓혔고 칭짱철도 개통 이후에는 한족의 유입이 빠르게 늘면서 중국으로 흡수되는 속도에 가속이 붙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티베트 인들은 지난 2월 21일 칭하이(靑海) 성에서 수천명이 시위를 벌이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날은 티베트식으로 새해 첫날이어서 이례적인 대규모 시위로 받아들여졌다.

현재 티베트 민족은 550여 만 명에 달하며, 티베트로 불리는 시짱(西藏) 자치구 외에도 칭하이·간쑤·윈난(雲南)성 등에 퍼져 있다. 이들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라마 14세는 59년 인도로 망명해 해외에서 티베트 독립운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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