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기도 바쁜데…" 무덤덤한 국민 반응

[남북정상회담] "새로울 것 없는 의제로 꾸린 회담 관심없어"
"성사 자체가 의미… 전시용 깰 성과 내야"
  • 등록 2007-10-03 오후 12:11:32

    수정 2007-10-03 오후 1:37:10

[한국일보 제공] 2차 남북정상회담(10월2~4일)을 하루 앞둔 1일 대다수 국민의 반응은 무덤덤 하기만 했다. 회담 성사를 기원하는 국민적 염원, 기업체 등의 넘쳐 나는 각종 무료 이벤트, '김정일 신드롬'이란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던 2000년 6월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의 '광풍(狂風)'과는 180도 다른 분위기다. 흥겨운 축제의 한 마당을 연상시켰던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의 기억은 찾아보기 힘들다. 보수ㆍ진보 단체의 공방만 있을 뿐이다.

● 아련한 1차 회담의 추억

역사적인 1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2000년 6월13일. 온 국민은 마치 통일이라도 된 것처럼 기뻐했다. 회담을 축하하고 통일을 기원하는 각종 무료 이벤트가 봇물을 이뤘다. 전국의 음식점들이 공짜 점심을 제공했고, 일부 병ㆍ의원들은 무료진료를 하기도 했다. 대한통운은 24시간 전국의 모든 개인 택배 화물 무료 배달서비스를 실시했고, 통일을 염원하는 록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사이버 세상도 달아올랐다. '반갑습니다' '휘파람' 등 북한의 인기가요가 휴대폰 벨소리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온라인 국토종단 릴레이 퀴즈' '통일염원 메일보내기' 등 각종 이벤트가 남북정상회담 분위기를 띄웠다.

선글라스를 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패션' 등 '북한 특수'도 유통업계를 강타했다. 때맞춰 북한 관련 상품을 내놓은 대형 유통업체들은 100% 이상의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 대학가에는 태극기와 함께 한반도기가 동시에 게양됐다.

● 무관심한 국민, "그래도 기대"

그로부터 7년 후. 2차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일 시민들은 차분한 모습이었다. 회사원 김용권(38)씨는 "1차 남북정상회담에 비해 이번 회담은 통일을 향한 일보 전진 이라기 보다는 정치 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고, 김대래(31)씨는 "먹고 살기 바쁜 서민들이 정상회담에 무슨 관심이 있겠냐"고 말했다.

국민들이 대체로 2차 남북정상회담에 무관심한 이유는 1차 남북정상회담이 남긴 실망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1차 남북정상회담이 '대북 퍼주기'에 대한 답례로 이뤄진 측면이 있고, 회담 후 아무런 가시적 성과를 얻지 못한 '전시용'이라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새로울 것 없는 아젠다(의제)로 꾸려진 2차 남북정상회담에 실망감과 무관심으로 대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물론 회담을 반기는 분위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임명자(55ㆍ여)씨는 "상대를 이해하고 친숙해지려면 무엇보다 정상들이 자주 만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환영했다. 특히 대학가를 중심으로 젊은 층의 기대감은 컸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강미경(21ㆍ여)씨는 "성사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했고, 한양대생인 함형재(24)씨도 "한반도 평화,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화합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양대 부산대 등 일부 대학들도 환영성명을 발표하고 토론회 및 북한 영화상영 등의 행사를 갖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보수ㆍ진보성향 시민단체들도 잇따라 성명을 발표, 대립양상을 띠고 있다.

뉴라이트국민연합, 미래포럼 등 28개 시민사회단체는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안보와 자유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하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진보연대 등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공동의 번영의 새 국면을 열어 나가는 데 중대한 의의를 갖게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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