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마이크로RNA 연구자들 중 한 명인 배준환 서울대 박사후연구원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수상자들은 선충을 발견하고 그 기능을 연구해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인간 관련 연구가 중요하다”며 “예쁜꼬마선충과 인공지능(AI) 모델을 학습·분석하여 고등생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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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환 연구원은 미국에서 더 많은 연구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결정했다. 그는 의대 진학 열풍 속에서 한국의 과학계에 기여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거친 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현재 서울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국제학술지인 셀(Cell)과 네이처(Nature)에 논문을 발표하며 활발한 연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원래 KAIST 전기전자공학부에서 공부하던 그는 미국에서 석박사 과정을 진행하면서 진로를 변경했다. AI 기술의 발전과 미국 정부의 뇌과학 투자,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과의 교류가 그에게 자연계열 연구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결국 신경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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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환 연구원은 “공대생으로서 생명과학에 대한 이해가 제한적이었다”며, “연구 확장성에 한계를 느끼던 중 뇌 신경공학 분야의 석학인 승현준 프린스턴대 교수의 제안과 뇌과학의 매력에 빠져 이 분야의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시각 신호가 뇌에 들어왔을 때 어떤 세포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초파리의 경우 세포 구조가 복잡하고 일관성이 부족해, 한 마리의 상호 연결성만으로 행동을 설명하기 어렵다. 반면, 예쁜꼬마선충은 크기가 작아 여러 마리의 데이터를 얻기 용이하고, 유전학 및 세포생물학적 연구가 많이 진행된 생물체로 각 세포의 역할과 연결성을 이해하기에 적합하다. 배 연구원은 예쁜꼬마선충에 대한 딥러닝 등 AI 기술 적용이 부족했던 만큼,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뇌과학은 아직 인간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고, 다른 분야에 비해 연구가 최근에야 본격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초파리, 생쥐, 예쁜꼬마선충 등 다양한 생물에 AI 기술을 적용해 뇌과학 발전을 이끌고, 인간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