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사업 개선…실적 반등 포인트는

  • 등록 2024-08-05 오전 7:46:43

    수정 2024-08-05 오전 7:46:43

[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국내 백신 업계를 대표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그동안 부진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올해도 적자를 면하기는 어렵겠지만 백신 사업이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내년부터 큰 폭의 적자 감소가 이뤄지면서 이르면 2026년 흑자전환도 기대된다.

2일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2분기 매출 268억원에 영업적자 199억원으로 지난 1분기 대비 소폭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올해 증권 업계에서 추정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 실적은 매출 2059억원, 영업적자 790억원이다.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21가 폐렴구균백신 임상 등 연구개발 비용에 1172억원을 사용하면서 적자전환했다. 올해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연구개발 비용을 사용하면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또 지난 6월 말 독일 IDT 바이오로지카 인수와 지난달 미국 선플라워 조건부지분인수계약 등을 체결하면서 일시적으로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정기적·비정기적 비용 발생에 따라 올해도 적자가 예상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는 주력 백신의 판매를 늘려가면서 내년부터는 매출을 늘리고 영업적자는 축소시킨다는 계획이다.

1등 대상포진 백신, 호재 만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실적 반등에는 주요 매출원으로 자리잡은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 성장과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의 무대 확장이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대상 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의 경우 올해 하반기부터 경쟁 품목이 줄고 지자체 공급 및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판매가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조스터’, MSD ‘조스타박스’, GSK ‘싱그릭스’가 삼분하고 있었으나 MSD가 경쟁 제품 출시 및 줄어든 임상적 수요를 이유로 ‘시장 철수’를 선언하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MSD의 조스타박스는 지난 2009년 세계 최초의 대상포진 백신으로 개발되며 시장을 선점했다. 그러나 2017년 세계 두 번째 대상포진 백신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가 출시되며 양자 구도를 형성했다. 이후 재작년 말부터는 GSK의 싱그릭스까지 시장에 참전하면서 경쟁에서 밀려났고 결국 제품 공급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조스타박스의 연매출 260억원 가량은 남은 스카이조스터와 싱그릭스로 넘어갈 전망인데, 싱그릭스 대비 접종자 수가 더 많은 스카이조스터가 대부분의 조스타박스 물량을 흡수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대상포진백신 시장 점유율(도즈 기준). (표=SK바이오사이언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스카이조스터는 31만 159도즈가 팔려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서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이어 싱그릭스가 22만4334도즈를 기록했는데, 싱그릭스의 경우 2회 접종이 기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1회 접종이 기본인 스카이조스터의 실제 접종자수는 싱그릭스보다 약 3배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조스타박스 공급이 5월부터 중단됐으며 이에 따라 9월부터는 접종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수요는 국내 최다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스카이조스터로 넘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대상포진 백신 시장 규모가 급성장 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대상포진 백신 시장 규모는 870억원으로 전년대비 105.8% 늘었다. 올해는 1000억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중 스카이조스터는 절반 가량에 해당하는 5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내년부터 대상포진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점도 SK바이오사이언스에게는 희망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고령층에 대한 대상포진 백신 무료접종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2025년 예산안에 대상포진 예방 백신 도입 반영을 검토 중에 있다. 지난 2022년부터 진행된 대상포진 백신 등의 NIP 도입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비용효과성 연구에서 질병 부담과 비용 효과 측면에서 도입 타당성을 입증한 것으로 보인다.

스카이조스터는 싱그릭스 대비 가격이 3분의 1 또는 5분의 1 수준으로, NIP 도입 비용효과성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지자체 무료접종 사업의 90% 이상이 스카이조스터로 이뤄지고 있다.

올해 기준 국가예방접종 백신 구매에는 1695억원이 투입됐으며, 내년에는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스카이조스터의 성장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스카이조스터 시판 후 조사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4년간 스카이조스터 접종자에서 중대한 약물이상반응이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아 안전성 측면에서도 뛰어나다”며 “NIP에서 가장 중요한 가격경쟁력도 뛰어난 만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감 백신, 무대 확장 잰걸음

기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캐시카우였던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는 무대 확장으로 반등을 노린다. 스카이셀플루는 현재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몽골, 파키스탄, 칠레 등 12개 국가에서 품목허가를 받았는데, 올해 태국 시장 출시로 남반구 시장 진출을 알렸기 때문이다.

태국은 태국은 적도 인근에 있으며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어 WHO의 북·남반구 독감백신 접종 지침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 따라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감 백신 생산 라인을 1년 내 가동하게 돼 생산량이 늘어날 뿐 아니라 제조원가 절감도 가능하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세계 독감 백신시장 규모는 연평균 6.98%의 성장률로 2030년 약 125억8000만달러(17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WHO와 CDC는 이 중 20% 가량인 3조5000억원 가량이 남반구에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 중인만큼 SK바이오사이언스에게는 중요한 성장 동력이 돼 줄 전망이다.

이번 태국으로 독감 백신 공급은 단순히 판매 지역을 늘렸다는 점 이외에도 큰 의미가 있다. 향후 UNICEF(국제아동기금) 또는 PAHO(범미보건기구)와 같은 국제기구의 조달시장 및 개별 국가 진출 시 이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3월 사노피 백신 5종의 유통 계약을 맺으면서 실적 상승 효과를 기대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사노피가 유통 계약을 체결한 백신 5종의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259억원으로, 사노피 백신의 경쟁력과 SK바이오사이언스의 수준 높은 유통 기술력이 시너지를 내 안정적으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최근 대상포진 백신 시장 상황이 좋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남반구에 독감 백신을 출시하면서 백신 사업 전망이 밝다”라며 “국내외에서 백신 선도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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