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정부가 개인정보 전송요구권(마이데이터) 사업을 유통산업 등에 우선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수년간 어렵게 축적해온 각종 데이터를 해외 사업자 등 후발주자가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는 기업의 영업비밀이 유출되지 않도록 수신자를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의 의구심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위는 내년부터 유통, 통신, 의료 분야를 우선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마이데이터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얻어 개인정보를 관련 사업자에게 제공해 활용하는 사업이다. 앞서 금융권에 도입된 마이데이터 사업을 보면 카드 사용 내역 모아보기,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등의 서비스를 예상할 수 있다.
| 황지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범정부 마이데이터 추진단 전략기획팀 과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전 분야 마이데이터 제도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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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위 관계자는 “금융 분야에서 단순 결제 내역 등 일부 유통 관련 정보들을 이미 마이데이터로 함께 전송했다”며 “오히려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유통 분야에서 고객 맞춤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기존 금융 분야에 녹아있는 단순 유통 정보들과 달리 더 쉽게 세부적인 내역을 전송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국내 이커머스 회사의 영업비밀이 쉽게 해외 사업자에게 흘러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정보위가 마이데이터 사업상 유통기업에게 요구하는 정보에는 고객 주문정보와 결제정보, 구매패턴과 규모, 빈도 등이 포함돼 있다. 이커머스 업체로선 중요한 영업비밀이 될 수 있는데 이 같은 정보를 쉽게 노출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사용자가 쿠팡의 이용 정보를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게 전송한다고 할 때 쿠팡 장바구니에 담아놨던 상품이 알리 상품추천에 반영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보의 비대칭 문제도 남아 있다. 마이데이터에 참여해 정보를 공유한다고 하더라도 국내 대형 플랫폼은 20여년 이상 온라인 전자상거래를 영위해 오면서 고객 정보를 쌓아놓은 반면 해외 사업자의 경우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한 지 5년 안팎에 불과해 정보의 양과 질에서 비교할 수 없어서다.
전문가들도 정당한 노력으로 구축된 데이터에 대한 무임승차 발생 가능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안정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적자출혈 경쟁을 하고있는 유통분야 등으로 마이데이터 적용을 확대하면 무임승차 문제를 더 양산할 수 있다”며 “사업을 하는과정에서 취득한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마저 전송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구축한 데이터를 타사와 공유해야 한다면 스스로 유효한 데이터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며 “각사가 데이터 구축을 위해 노력한 것에 대한 보호방안을 선행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