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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2일 신씨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성형외과에서 피부 미용시술을 빙자해 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약, 수면 마취를 받고 난 뒤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 행인을 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당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된 신씨는 행인들이 달려와 차에 깔린 피해자를 꺼내려 할 때도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으며, 사고 현장을 수 분 뒤엔 이탈한 것으로도 전해집니다.
이 사고로 20대 여성 피해자는 뇌사 등 전치 24주 이상의 상해를 입었고, 사고 발생 약 4개월 만에 숨졌습니다. 이후 검찰은 신씨의 혐의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에서 도주치사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허가했습니다.
검찰은 엄벌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지난해 12월 20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20년을 구형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약물에 취한 채 운전하고 피해자의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 한 점 등을 비춰 볼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면서 “(신씨는) 자기 잘못을 숨기기 급급한 데다 피해자와 유족에 진심으로 사과하려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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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선고 후 피해자 법률 대리인은 “검찰 구형대로 선고해준 재판부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마약 투약 의혹, 현장에서의 도주 또는 증거인멸 시도 부분도 모두 인정됐기 때문에 만약 검찰 구형이 조금 더 높았다면 조금 더 중한 형이 선고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이 구형량을 더 높일 수 있었을까요.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도주치사의 경우 최고 무기징역이지만 이번 사건은 고의로 인한 살인은 아니다”며 “과실치사로 봤을 때 20년 구형이 낮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변호사도 “롤스로이스 사건의 경우 언론에 많이 회자됐고 피의자의 죄질도 나빠 검찰이 20년까지 구형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중이 주목하지 않는 일반적인 사건이었다면 이보다 구형량은 훨씬 낮게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가 검찰 구형량 그대로 선고해 항소도 힘든 상황입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사들은 자신들이 구형한 형량보다 조금이라도 적게 선고되면 항소에 나선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구형량 그대로 나왔고, 검사가 항소에 나설 실익도 없다. 재판부에서도 받아주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피해자 측 입장 충분히 이해하고 안타까운 사건이지만, 구형량과 선고 형량이 적지 않다”며 “구형량 그대로 나온 상황에서 검찰에서 더 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