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한 K팝 띄워라… 구원투수로 나선 엔터 수장들

박진영 50억·양현석 200억 자사주 매입
블랙핑크 등 아티스트 재계약 불발
中 공구 감소에… 앨범 판매량 뚝
수장들 "성장 모멘텀 충분" 자신
양현석, 베이비몬스터 컴백도 알려
업계 "핵심 주주 결집효과 기대"
  • 등록 2024-01-25 오전 6:00:00

    수정 2024-01-25 오전 6:00:00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왼쪽)와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COO.
[이데일리 윤기백 기자] “50억, 200억…”

계속되는 K팝 위기론에 엔터테인먼트(이하 엔터) 업계 수장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섰다. 박진영 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이하 JYP) 최고창의성책임자(COO)가 최근 50억원 규모 자사주(46만1940주)를 매입한데 이어 양현석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이하 YG) 총괄 프로듀서가 200억원 규모 자사주(6만200주)를 매입하는 등 사비를 털어 주가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중국 공구(공동구매) 감소로 앨범 판매가 부진하면서 K팝 위기론이 불거졌고, 증권사에서 연이어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자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함으로 관측된다. 엔터 업계 한 관계자는 “엔터주는 팬심을 갖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결집하기 위해선 수장이나 대표 아티스트가 나서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드라마틱한 주가 상승을 불러오진 않겠지만 핵심 주주들을 결집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JYP 주가 한달간 -19.8%, YG -13.2%

엔터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진한 흐름이 이어졌다. 최근 1개월간 주가 흐름만 살펴봐도 하이브 -3.5%, 에스엠(SM) -8.4%, JYP -19.8%, YG -13.2% 등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원인으로는 주요 아티스트 재계약 불발, 중국발 음반 판매량 감소가 꼽힌다. YG는 지난해 대표 아티스트인 블랙핑크의 그룹 계약은 성공했지만 멤버별 개별 계약이 불발돼 제니·로제·지수·리사 네 멤버가 모두 소속사를 떠나면서 성장 동력이 반감됐다. JYP는 지난 8일 컴백한 그룹 있지의 신보 초동 판매량(발매 후 일주일간 판매량)이 32만장을 기록, 전작(82만장) 대비 61% 대폭 감소하면서 실적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SM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국 앨범 공구가 줄어들면서 엔시티

(NCT), 에스파 등 주력 아티스트의 앨범 판매량이 일제히 감소했다.

목표주가도 줄줄이 하향세다. 목표주가 17만원대를 호가했던 SM은 12만7000원(삼성증권)으로 하향됐고, 16만원대였던 JYP는 11만원(한화투자증권)으로 조정됐다. 목표주가 11만원대까지 제시됐던 YG는 블랙핑크 개별 재계약 불발 이후 5만6000원(삼성증권·교보증권)까지 대폭 낮아졌다. 반면 ‘엔터 대장’ 하이브는 북남미 시장 공략과 멀티 레이블 전략으로 수익 다변화가 안정궤도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목표주가 30만원(유안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앨범 판매량 부진을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중국 의존도는 낮아졌지만, 북미 등 신시장 개척으로 앨범 판매가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전체 음반 수출액에서 중국 비중은 2022년 22%에서 2023년 12%로 절반 수준이 됐다. 반면 음반 수출액은 2022년 3102억원에서 2023년 3894억원으로 25%가량 증가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공구 감소와 관련해 “앨범 수출 내 중국 비중이 12%까지 하락한 만큼 악재의 마무리를 확인하는 과정”이라며 “앨범 판매량으로 인한 하향 조정이 마무리 국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앨범 판매량 감소는 반기에 한 번 컴백하는 주기를 감안할 때 1분기 실적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진영 자사주 매입에… JYP 깜짝 순매수 1위

엔터 수장들이 직접 나서게 된 배경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중국발 음반 판매량 감소로 인한 K팝 위기론은 일시적인 현상이고, 신인 아티스트 론칭 및 주력 아티스트 투어 활동 확대로 인한 공연 매출 증가가 이어진다면 성장 모멘텀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자사주 매입으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로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는 자사주 매입 소식을 밝히면서 이례적으로 소속 아티스트 활동 계획을 밝혔다. 그룹 베이비 몬스터의 2월과 4월 컴백, 트레저의 월드투어 및 신곡 발매 계획, 신인그룹 론칭 계획을 직접 밝히며 주주들을 안심시켰다. JYP는 박진영 COO의 자사주 매입 소식이 전해진 이후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을 제치고 코스닥 주간 개인 순매수 1위에 깜짝 등극하기도 했다. 박진영을 향한 신뢰와 JYP의 미래 가치에 개인 투자자들이 신뢰를 보낸 것이다.

주주환원에도 관심이 쏠린다. 올해는 하이브가 2020년 상장 이후 첫 배당을 예고한 해다. 시가총액이 9억원대에 이르는 만큼 업계 최고 수준의 통 큰 배당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SM은 지난해 3월 전년대비 6배 늘어난 주당 1200원의 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2025년까지 배당을 별도 당기순이익 기준 최소 30%로 책정하기로 한 만큼 올해 배당액이 증가할 전망이다. YG는 2016년부터, JYP는 2018년부터 꾸준히 배당을 실시 중이다. 매년 배당액이 소폭 증가하는 만큼 올해 이뤄질 배당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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