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사망 이틀 만에…러, 바그너그룹 등 용병에 충성서약 의무화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러시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직후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그룹 등 용병회사들에 충성서약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내놨다. 바그너그룹의 반란 등으로 실추된 정부의 권위를 다시 세우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

26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민간 군사회사 직원들이 러시아 정부에 대해 충성서약을 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에 전날 서명했다. 서약엔 러시아군 지휘관 지시에 복종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법안은 바그너그룹 수장 프리고진이 의문의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지 이틀 만에 공개됐다. 지난 6월 프리고진은 러시아군 수뇌부에 맞서 반란을 일으켰으나 하루 만에 군사행동을 중단했다. 벨라루스로 근거지를 옮겨 활동을 이어가던 프리고진은 두 달 후 죽음 후 맞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안이 바그너그룹의 반란 등으로 실추된 푸틴 대통령의 권위를 회복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나티아 세스퀴리아 부연구위원은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그룹을 더 엄격하게 통제해 앞으로 또 다른 위기를 맞지 않길 바란다”고 BBC에 말했다. 우크라이나 민주주의 이니셔티브재단의 페트로 부르코프스키 이사장은 “군 정보기관이 바그너그룹 용병을 찾아내 기소하라는 은밀한 메시지”라며 “바그너그룹 용병에게도 ‘충성서약을 하고 무기를 계속 들거나 아니면 스스로 무장해제하라’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방 정보기관 등은 프리고진이 러시아군 공격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러시아 인터넷 매체 바자는 소식통을 인용해 프리고진이 탄 비행기에 폭탄이 설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추측에 드리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이 모든 것은 거짓말이다”고 선을 그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의 장례식에 참석할 가능성에 대해 “장례식 날짜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 말할 수 없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답변은 현재 대통령이 바쁘다는 것뿐이다”고 말했다. 나이젤 굴드 데이비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선임연구원은 “프리고진이 반역자로서 사망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면 푸틴 대통령은 장례식에 불참할 것”이라며 “이는 크렘린에 대한 바그너그룹 충성파의 적대감을 키울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