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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3.5% 수준에서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낮은 반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월에도 정책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미 금리 역전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12월 금리 점도표를 기준으로 보면 한미 금리 역전폭은 1.7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연준, 3월 인상 후 끝이냐 vs ‘지속적 금리 인상’이냐
연준은 우리나라 시각으로 2일 새벽에 공개된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4.5~4.75%로 결정했다. 한은 기준금리가 3.5%라는 것을 고려하면 한미 금리 역전폭은 1.25%포인트로 벌어졌다. 작년 12월과 같은 수치다.
한미 금리 역전폭은 앞으로도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연준은 3월 FOMC 회의에서도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3월 금리가 4.75~5%로 올라갈 가능성을 82.5%로 보고 있다.
다만 그 이후의 금리 방향에 대해선 연준과 시장의 시각차가 엇갈린다. CME 페드워치는 3월 최종금리에 도달한 이후 올 연말께는 금리 인하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 정책금리가 4.25~4.5%로 내려갈 가능성을 34.8%로 보고 있다. 4.5~4.75% 가능성도 28.4%에 달한다.
작년 12월 연준의 금리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의 최종금리는 5~5.25%로 추정됐다. 3월에 수정된 금리 점도표가 발표되는 만큼 이를 토대로 연준의 최종금리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파월 의장은 “적절한 수준의 긴축으로 가기 위해 두 어번의 금리 인상(a couple of more)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의 기대치를 반영하면 연준의 최종금리는 4.75~5.0%에서 종료돼 한미 금리 역전폭은 1.5%포인트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역대 최대 역전폭을 기록했던 2000년 5월(1.5%포인트)과 같은 수치다. 그러나 연준이 시장 기대와 다르게 3월 이후에도 추가로 금리를 올려 12월 금리 점도표에 나타난 최종금리 수준(5~5.25%)까지 금리를 올린다면 한미 금리 역전폭은 1.75%포인트로도 벌어지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으나 작년 연말부터 분위기가 서서히 달라졌다.
외환시장이 한미 금리 역전폭보다는 해당 국가의 실물 경제 펀더멘털에 더 신경을 쓰면서 한은이 연준을 따라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 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미국 금리 인상이 계속돼 금리 격차가 굉장히 커질 때 생길 수 있는 금융안정에 대한 걱정들을 고려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국내 상황을 보면서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작년 9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종료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에서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금통위 내부에선 의견이 갈린다. 1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에 표를 던진 한 금통위원은 의사록에서 “한미간 정책금리 격차가 크게 확대돼 외환부문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금리 선물 등을 통해 유추해 보면 주요국의 최종금리 도달 시점은 올 2분기와 3분기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리 동결 의견을 낸 금통위원은 “연준의 추가 긴축에 따른 정책금리차 확대를 우려할 수 있으나 내외 금리차가 환율과 자본이동에 미치는 영향은 국가간 성장 격차, 각국의 금융 상황, 주요국 대비 달러화 가치의 움직임 등 국가 고유 요인과 글로벌 공통 요인 및 전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정책금리차 확대와 외환부문의 불안정성을 직결시킬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