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유통업계가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힘입어 오프라인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MZ 세대의 성지 서울 강북 성수동을 중심으로 큐레이션 서비스와 전시가 활발히 전개되면서 3가지 요건이 흥행 공식으로 자리잡는 추세다.
| 이구성수 외관. (사진=29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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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성수동에 문을 연 29CM의 쇼룸 ‘이구성수(29CM SEONGSU)’는 오픈 2주도 안돼 하루 평균 1500여명 이상이 다녀가는 MZ세대 성지로 떠올랐다.
29CM는 성수를 자사 고객 페르소나인 ‘자신만의 고유한 기준과 색깔을 가진 감각적인 사람들’이 모여드는 지역이라는 점에 착안해 첫 큐레이션 쇼룸 장소로 낙점했다. 이구성수는 옛 공장과 새로운 쇼룸이 공존하는 성수의 지역색을 반영해 공간 전체의 컨셉을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으로 잡았다. 외관을 성수 옛 공장을 상징하는 빨간 벽돌 포인트로 두른 것도 그 이유에서다.
이구성수의 가장 큰 특징은 잡지처럼 계절마다 하나의 아이템을 주제로 선정하고 이와 관련된 브랜드와 작품, 아티스트를 큐레이션 해 소개한다는 점이다. 개점 당시 ‘처음 만나는 가을 : 스웨트셔츠‘를 주제로 마르디 메크르디, 네이더스, 프렌다 등 독창적인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스웨트셔츠를 큐레이션 해 선보였다.
| 이구성수 양지윤 작가 전시. (사진=29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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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별 아트 전시도 또 하나의 볼거리다. 첫 전시 작품은 양지윤 작가가 지구상 유일한 단일종인 은행나무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1층에서 전시를 진행 중이다. SNS에서 ‘이구성수’를 검색하면 샛노란 은행나무 인증샷이 물결을 이룰 만큼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담당하고 있다.
29CM는 올 하반기에만 3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열며 본격적으로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29CM 관계자는 “가장 효과적인 오프라인 흥행 공식은 몇 번이고 재방문하고 싶은 살아 움직이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며 “하반기에 선보인 이구갤러리 서울, 이구성수, 이구갤러리 대구 모두 매월 또는 매 계절마다 전체 구성과 콘텐츠에 변화를 주어 고객들이 계속해서 궁금해 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오프컬리’ 1층 모습. (사진=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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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식품 배송 플랫폼 마켓컬리도 첫 오프라인 공간 ‘오프컬리‘를 성수에 열었다. 지난달 8일 문을 연 오프컬리는 첫 테마를 ‘지중해 겟어웨이’로 정하고 컬리가 큐레이션한 지중해선 올리브 오일과 와인 등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성동구 지역 생산자들과 함께 출시한 단독 커피 상품 ‘서울숲 블렌드‘, ‘서울숲 콜라보 드립백’이 눈길을 끈다. 성수동에 위치한 센터커피, 로우키, 카모플라쥬, 리커버리커피바, 포배럴 커피 등과 협업하여 제작했다.
이 밖에도 1층 공간에서는 각 올리브 오일을 마치 와인 전시장처럼 원산지, 품종, 산도 항목으로 구분하여 전시하고 있다. 오일 상품을 진열만 한 것이 아니라 각 나라의 식문화를 함께 소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체험형 문화공간이라는 정의에 걸맞게 2, 3층에서는 전문가가 직접 각지 올리브 오일을 실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체험형 도슨트도 진행한다.
| 아모레성수에서 지난달 진행된 한율 팝업. (사진=아모레퍼시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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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지난 2020년에 성수에 입성했다. 아모레성수는 오픈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일평균 500명 이상이 방문하는 성수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과거 자동차 정비소였던 건물 디자인을 그대로 살려 지역색을 그대로 드러내는 아모레성수에서는 ‘성수 토너‘ 제품을 판매한다.
아모레성수에서는 방문객이 자신의 퍼스널컬러에 맞는 파운데이션과 립틴트를 직접 제작할 수 있다. 맞춤형 서비스로 풍부한 경험과 상품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차별점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산하 브랜드 또는 아티스트들과의 팝업 전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지난해 1월에는 뮤지컬 위키드가 아모레성수에 체험형 팝업존을 열었다. 지난 3월에는 라네즈와 함께 몰입형 인터랙티브 전시회 ‘라이프 오아시스 2.0’을 진행했다.
지난 4일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8월 온라인몰 거래액은 전년동월대비 14.7% 증가했다. 이에 비해 동기간 온오프라인 병행몰은 20.4% 뛰며 더 큰 성장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기간 애물단지였던 오프라인 사업이 올해 들어 온라인 비즈니스에 확실히 날개를 달아주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방문해 볼 수 있는 공간이 너무 많아지면서 유통가 역시 뚜렷한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내기 위한 고민이 많다”며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불리는 트렌드 메카 성수동에서 나만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골라주는데 여기에 사진 찍기 좋은 멋진 아티스트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면 꼭 가봐야 하는 명소로 떠오르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춘 셈”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