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우크라·침체 공포 '원투 펀치'…닷새만에 지수 하락

점차 풀리나 했던 우크라 위험 재부상
젤렌스키 "유럽, 러 선박 입항 막아야"
유가 다시 급등…장중 110달러대 올라
장단기 금리차 더 좁혀져…월가 긴장
신채권왕 "커브 역전, 경기 침체 온다"
  • 등록 2022-03-31 오전 6:00:26

    수정 2022-03-31 오전 6:00:26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일제히 반락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긴장감이 재차 높아지면서 유가가 폭등했고, 이에 투자 심리는 다시 가라앉았다. 근래 월가의 최대 화두인 장단기 금리 차는 더욱 좁혀졌다.

(사진=AFP 제공)


우크라 기대감 다시 후퇴

30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19% 하락한 3만5228.81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63% 내린 4602.45를 기록했다. 다우 지수와 S&P 지수는 4거래일 연속 상승한 이후 5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21% 내린 1만4442.28에 장을 마쳤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1.97% 떨어졌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2.28% 상승한 19.33을 기록했다. 20선을 밑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소폭 올랐다.

점차 풀리나 했던 우크라이나 사태는 다시 긴장감이 감돌았고, 시장은 움츠러들었다. 전날 안도 랠리 양상이 하루 만에 뒤바뀐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아직 돌파구처럼 여겨지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군사 작전을 대폭 줄이겠다고 공언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노르웨이 의회 화상 연설을 통해 “유럽연합(EU)과 노르웨이는 러시아 선박의 유럽 입항을 금지해야 한다”며 “적어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항구를 봉쇄하는 동안에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르웨이를 향해 “러시아에 대한 더욱 가혹한 경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유가는 다시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3.4% 상승한 배럴당 107.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08.75달러까지 치솟았다. 5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114.80달러까지 올랐다.

게다가 유럽 각국의 탈러시아 에너지 행보가 짙어졌다. 특히 폴란드는 올해 말까지 러시아에서 석유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독일은 가스 비상 공급 계획 조기경보를 발령했다.

찰스 슈왑의 리즈 앤 손더스 수석투자전략가는 “유가 상승은 시장 전체에 약세 신호가 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아지면 성장을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유럽 주요국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1.45% 하락한 1만4606.05에 마감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0.74% 내린 6741.59를 기록했다. 그나마 영국 런던의 FTSE 100 지수는 0.55% 상승했다.

장단기 금리차 더 좁혀져

월가의 최대 화두 중 하나인 장단기 금리는 더 좁혀졌다. 이날 10년물 국채금리 하락 폭이 2년물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장중 줄곧 4bp(1bp=0.01%포인트) 안팎 차이를 보였다. 채권수익률곡선 평탄화(커브 플래트닝)가 침체를 부를지 여부를 두고 월가에서는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는데, 경계심이 커지는 분위기는 확연하다.

‘신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를 통해 “(장단기 금리 역전이 현실화한) 지금 때마침 (경기 침체와는) 관련이 없다는 보고서가 나온다”며 “그들을 믿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커브 플래트닝의 심화가 심각한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다.

홈리치 버그의 스테파니 랭 최고투자책임자는 “통상 수익률곡선이 역전되면 침체까지 평균 20개월이 걸린다”며 “올해 반드시 침체가 올 것이라는 건 아니지만 내년에는 걱정거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빅테크주는 부진했다. ‘대장주’ 애플 주가는 0.66% 빠진 177.77달러에 마감했다. 마이크로소프트(-0.49%), 아마존(-1.78%), 알파벳(구글 모회사·-0.42%), 테슬라(-0.51%) 등은 일제히 내렸다.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 주가는 3.37% 떨어졌다.

개장 전 나온 고용 지표는 시장 기대에 부합했다. ADP 전미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민간 부문 고용은 45만5000명 증가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45만명)와 비슷했다.

넬라 리처드슨 ADP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 특히 코로나19 초기에 손실을 입어 만회할 여지가 큰 서비스 업체들이 고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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