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2020년 기준 글로벌 시장 매출액이 84억3000만 달러(당시 한화 약 9조9474억원)로 전체 의약품 중 5위를 기록한 미국 제약사 얀센의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치료제 ‘임브루비카(성분명 이브루티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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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혈액암의 일종으로 성숙한 림프구 수가 림프절이나 골수, 비장 등에서 많이 증가하는 질환이다. 림프구 종류에 따라 B세포성과 T세포성으로 구분된다. 특히 만성 T세포성 백혈병은 피부나 중추신경으로 쉽게 전이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임브루비카는 1일 1회 복용하는 경구용 약물로 만성 B세포성 백혈병을 치료하기 위한 항암화학요법을 시도할 때 사용한다. 그 성분인 이브루티밉은 B세포의 증식과 생존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브루톤 티로신 카이나제(BTK)’를 억제하는 1세대 약물이다. BTK는 정상 B세포를 암 활성이 높은 악성 B세포로 만드는데 필요한 수용체 경로를 촉진한다고 알려졌다.
2011년 얀센의 모회사인 존슨앤존슨이 이브루티밉의 임상 2상을 완료한 상태에서 파마사이클린스와 공동개발에 합의하면서 총 8억 2500만 달러를 지불했다. 양 사는 2013년 11월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외투세포 림프종 대상으로 판매 승인 허가를 받아 냈고 제품명을 임브루비카로 결정했다. 이후 2014년 2월에는 FDA로부터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까지 적응증을 확대 적용하는 판매 승인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던 2015년 파마사이클린스가 미국 제약사 애브비에 인수합병됐고 이때부터 존슨앤존슨과 애브비가 임브루비카의 적응증 확대를 위한 공동 연구를 이어갔다. 현재 임브루비카는 소림프구성 림프종(2016년 5월), 재발성·불응성 변연부 림프종(2017년 1월), 이식편대숙주병(2017년 8월), 비호지킨 림프종 (2018년 8월) 등의 치료에도 사용되고 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2016년 8월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대상 2차 치료제로 임브루비카를 허가했다. 임브루비카는 2018년 4월에 2차 보험 급여에 등재됐다. 식약처는 2020년이 약물을 해당 질병의 1차 치료제로 적응증 확대 승인한 바 있다.
이 밖에도 독일 머크(Merck KGaA)가 경구용 2세대 BTK억제제 ‘에보브루티닙’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브루비카의 강력한 미래 경쟁 약물로 지목되는 물질이다.
한편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소아에서 발병하는 경우는 적고 50대 이상 중년 남성에서 주로 발생한다. 림프구가 축적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직계 가족 중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가 있는 경우 이 병에 걸릴 확률은 일반인보다 3배 이상 높아진다.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미국에서 가장 흔한 혈액암 중 하나로 10만 명당 1~3명꼴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매년 약 120~130명의 신규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가 나타나고 있다.
이 질병은 림프구가 증가하는 동안 무증상이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어렵다. 초기 혈액 검사에서 림프구 증가증으로 의심되는 사람에게서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진행되는 사람이 있는데 이때는 특별한 치료를 시도하지 않는다. 빈혈, 림프구의 50% 이상 증가, 눈에 띄는 체중 감소, 자가 면역 반응 등 심한 전신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항암요법, 방사선요법, 골수 이식 등의 치료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