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주(20~24일) 코스피 지수는 추석 연휴로 단 2거래일(23~24일) 거래된 가운데, 전 주보다 15.27포인트(0.49%) 하락한 3125.24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코스피를 6596억원 사들였지만 개인과 기관은 각각 5780억원, 623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주 증시를 압박한 가장 큰 악재는 중국 헝다그룹 이슈였다.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의 파산 우려가 글로벌 증시 전반에 확산하며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헝다그룹은 지난 23일 역내 회사채에 대한 이자를 지급할 능력이 있다고 공시했고, 이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유동성 공급도 나타나며 주식시장의 하방압력은 차츰 잦아들었다. 미국 FOMC에서도 연방준비제도(Fed)가 11월 테이퍼링 선언을 시사하며 눈치보기 장세는 더욱 거세졌다.
다만 이 가운데 낙폭과대주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에 시동을 걸기도 했다. GM 리콜사태로 약세를 보였던 LG화학(051910)이 8.56% 상승했고, 엔씨소프트(036570) 역시 1.53% 올랐다. 플랫폼 규제 우려로 이달 들어 연일 약세를 보이던 카카오(035720)와 네이버(035420)도 지난주에는 보합을 유지하며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주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삼성전자(005930)와 LG화학(051910)으로 각각 2460억원, 1805억원을 사들였다. 반면 현대중공업(329180)과 SK하이닉스(000660)는 508억원, 444억원씩 내다팔았다. 기관이 많이 사들인 종목은 대한항공(003490)(411억원)이었으며 많이 판 종목은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3178억원)이었다.
증권가는 상승 모멘텀을 찾기 힘든 가운데 박스권 등락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단 미국과 중국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헝다그룹 이슈가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미국도 정부 부채한도 협상과 관련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하원에서 연방정부에 자금을 지원하고 부채한도를 내년 12월까지 유예하는 법안을 가결한 가운데, 이 법안이 상원까지 통과되려면 60석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상원의 공화당 의원들은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예산 조정 절차를 사용해 단독으로 3조5000억달러(4123조원) 인프라투자와 부채한도 증액 패키지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는데, 이를 둘러싸고 미국 정치권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게다가 실적 시즌을 앞두고 기업 실적전망이 둔화하는 점도 우려스럽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기업들의 12개월 선행 주당 순이익(EPS)은 지난 8월말~9월초 정점을 통과한 후, 감소세로 접어든 상황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2021년 코스피 상승동력이 실적전망의 가파른 상승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에 대한 우려가 불거질 법한 상황”이라면서 “기업 실적의 피크아웃(고점을 통과한 후 하락)으로 코스피 상방이 가로막힌 것이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주 미국에서는 소비자신뢰지수와 ISM제조업지수, PCE 물가지수가, 중국에서는 9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이 발표된다. 일본에서는 29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후임을 찾는 자민당 총재선거가 예정돼 있어 주목해야 한다. 현재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장관)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노다 세이코 자민당 간사장 대행 등 4명이 후보로 오른 상태다. 이들 중 한 명이 내달 4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제100대 일본 총리로 선출된다.
국내에서는 9월 수출입 동향이 다음달 1일 발표된다. 추석 연휴 등으로 조업일수가 2일 적다는 점이나 작년 성적에 따른 역기저 효과 등을 감안하면 증가율의 둔화 폭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요국의 수입 수요 등으로 실적은 500억달러(58조9000억원)를 웃도는 흐름을 보이며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NH투자증권은 이번주 코스피 예상 밴드를 3080~3180선으로, 하나금융투자는 3100~3200선으로 제시했다. 다만 증권가는 박스권 장세 속에서도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13일부터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의미하게 관찰되고 있는 만큼, 외국인이 관심을 가지는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실적 추정치가 상향되고 있는데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지만 코스피 대비 수익률이 부진한 업종은 반도체, IT, 가전, 운송, 헬스케어 업종”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