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열기에 스팩도 '날개'…합병 3년來 최대

2020년 스팩합병 상장사 총 18곳 예상
합병 앞둔 스팩들 최근 주가 큰 폭 오르기도
증시 변동성 속 안정적 상장 창구로 '주목'
  • 등록 2020-12-23 오전 12:20:00

    수정 2020-12-23 오전 12:20:00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활황을 보여줬던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한 합병 상장 역시 최근 3년 중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합병 대상이 되는 스팩들의 주가까지 큰 폭으로 움직이는 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스팩 합병을 통해 증시에 진출한 기업은 총 14곳으로 집계됐다. 올해 2월 미래에샛대우스팩2호와 합병한 애니플러스(310200)를 시작으로 네온테크(306620), 지엔원에너지(270520) 등이 스팩을 통해 상장했다. 이어 이달에는 가구 업체인 오하임아이엔티, 콘텐츠 배급 업체 코퍼스코리아, 탈모용 샴푸 업체인 TS트릴리온이 합병을 마무리하고 오는 30일에는 원료의약품 제조사인 국전약품이 올해 스팩 상장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이를 고려하면 총 18개의 기업이 올해 스팩합병을 마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의 기록은 21곳의 합병 상장을 기록했던 지난 2017년 이래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지난 2018년과 2019년 스팩 합병은 각각 11건에 그쳐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63% 넘게 증가한 셈이다. 한국 시장에 2009년 도입된 이후 2년 간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던 합병은 2011년 2곳을 기록했으며, 2015년 13건을 기록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한 후 꾸준히 상장의 한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상장을 목적으로 설정된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로, 비상장 기업들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하는 통로로 활용된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자금을 모집하는 등 복잡한 상장 절차를 축소할 수 있고,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수요예측이나 청약 등 과정에서도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우량 기업과의 합병을 통한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으며, 3년 안에 합병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공모가에 이자를 더한 금액을 회수할 수 있어 최소한의 수익은 보장된다.

최근에는 합병을 앞둔 스팩의 주가가 크게 오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오는 30일 원료의약품 제조업체인 국전약품과의 합병 신주를 상장하는 대신밸런스제6호스팩(307750)은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77% 가량 올랐다. 이는 국전약품이 혈액항응고제, 급성 췌장염 치료제 등으로 사용되는 물질 ‘나파모스타트’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물질은 현재 코로나19 치료용으로 해외 임상 시험이 이뤄지고 있어 코로나19 치료제 관련주로 분류됐다.

또한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22일에는 의료용 소재 생산 기업인 원바이오젠과의 합병을 앞둔 교보8호스팩(307280)의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16.03%(590원) 급등한 4270원으로 마감했다. 교보8호스팩은 지난 11일부터 현재까지 8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원바이오젠은 일동제약(249420), 종근당(185750) 등을 고객사로 둔 의료용 소재 전문 업체로 주목받았다.

이처럼 올해 스팩 합병은 ‘알짜’ 기업들까지 상장에 이용하는 통로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팩은 ‘코스닥 상장사’라는 위치를 얻기 위한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안정적으로 상장을 추진할 수 있어 회사 입장에서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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