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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는 범인데 새끼는 개’라는 뜻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의원을 노골적으로 비난한 정의당 논평의 일부다. 민주화를 위해 목숨조차 아끼지 않았던 부친과는 달리 부동산투기에 매진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김홍걸 의원은 지난 4월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되면서 여의도 정치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부친의 후광을 바탕으로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이었던 호남민심을 다독인 정권교체의 일등공신이었다. 다만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김 의원은 총선 이후 불거진 크고작은 악재로 민주당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특히 부동산 재산신고 누락 및 투기 의혹 탓에 여론이 완전히 등을 돌렸다. 급기야는 지난 18일 부친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분신과도 같았던 민주당에서 쫓겨났다. 더구나 민주당의 비상 징계 제명 결정을 주도한 인사가 이낙연 대표라는 점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이 대표는 과거 김 전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과 파격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한 바 있다. 야권에서는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고 있지만 김 의원은 일단 무소속 신분으로 의정활동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향후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김 의원의 정치적 재기는커녕 ‘식물 국회의원’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21대 총선 이후 DJ 후광 벗어나 정치인으로 ‘홀로서기’
김 의원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도전을 모색하다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부친에 이어 3형제가 모두 금배지를 다는 진기록을 만들어냈다. 김 의원에게 남은 건 이제 탄탄대로였다. 김 의원 역시 지난 4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형님(김홍일·홍업)들은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 정치를 했기 때문에 자유롭지 못했다”며 “저는 아버님의 정치 철학은 계승하지만 지금 시대정신에 맞는 김홍걸식 정치를 해 나갈 생각”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특히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경력을 바탕으로 남북관계 개선에도 노력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다만 각종 악재가 속출하며 천당과 지옥을 동시에 경험했다. 우선 부친의 동교동 사저와 노벨평화상 상금을 놓고 이복형제인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갈등을 벌이다가 구설에 올랐다. 또 처남에 아파트 증여 논란, 남북테마주 주식보유 등 악재가 이어졌다. 이후 김 의원의 부적절한 해명에 여론은 날로 악화됐다. 정치적 우군이어야 할 민주당 내부 여론마저 돌아섰다.
김 의원은 이제 민주당 당적을 잃고 무소속 신분이 됐다. 10억원대 아파트 분양권의 재산신고 누락을 비롯한 부동산 투기 의혹이 결정타였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로 민심이반이 극심한 마당에 김 의원의 부동산투기 논란은 내로남불의 전형이 돼버렸다. 여권 일각에서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의혹보다 더 심각한 사안이라는 지적마저 나올 정도였다. 갈 길 바쁜 여권에서도 방어가 불가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이라는 특수 지위 때문에 쉬쉬했던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공개비판이 나왔다. 김대중정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지낸 김한정 의원은 18일 “가장 곤혹스러운 일은, 김대중 대통령님과 이희호 여사님을 존경하고 따르던 많은 분들의 실망과 원망”이라고 탄식하면서 “납득할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김홍걸 의원이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의원직 사퇴를 압박했다.
김 의원은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라는 둥지에서 내쳐졌다. 이에 김 의원 측은 “당의 출당 결정을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무겁고 엄숙히 받아들인다”고 고개를 숙였다. 비례대표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지만 한계가 뚜렷한 무소속 신분이다.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지만 상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시적인 휴지기를 가진 뒤에 DJ 아들이라는 상징성과 민화협 이사장 경력을 바탕으로 남북관계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다만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명’이 아니라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야권에서는 민주당의 비례대표 후보 부실 검증론을 제기하면서 국회 윤리위원회 회부를 통한 ‘의원직 제명’을 촉구하고 있다. 김 의원은 민주당 입당 4년 만에 국회의원에 올랐지만 21대 국회 개원 약 4개월 만에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