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위기 337만명 육박…“해고 막을 3중 방파제 쌓아라”

①고용유지지원금 강화해 해고 방지
②실업·특고·자영업자 사각지대 지원
③장기침체로 노사정 대타협 불가피
고용유지 기업 지원한 DJ 방식 봐야
  • 등록 2020-04-20 오전 6:05:00

    수정 2020-04-20 오전 6:05:00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검토 중인 고용대책은 실업대란을 막기 위해 ‘3중 바리케이드’를 치는 게 핵심이다. 근로자가 고용 절벽에서 추락하지 않도록 고용유지지원금 등 재정지원으로 최대한 고용을 유지시키고,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대량해고 사태를 방지하는 한편 고용보험 등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해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근로자들이 나락으로 추락하지 않게 보호하는 것이다.

일시휴직자가 160만명을 넘어서는 등 실업 쓰나미가 눈앞인 만큼 기업의 고용유지 부담을 덜어줄 재정지원 확대와 노사정 대타협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늘어나면서 구직급여(실업급여)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고용복지플러스센터 모습.[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21일 비상경제회의서 패키지 고용대책 마련

19일 국회,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오는 21일 열리는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고용안정 정책대응 패키지대책 △사회적 대타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비상경제회의에서 당장 필요한 고용지원 조치와 사회적 대타협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안정 패키지대책의 골격은 근로자 고용을 유지하도록 지원하고, 실업자·사각지대의 안전망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통계청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 위기에 처했거나 실업 가능성이 있는 근로자는 337만명(일시휴직자 160만7000명+실업자 118만명+구직단념자 58만2000명)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소상공인, 중소·중견·대기업에 대한 맞춤형 ‘고용유지대책’이 나올 전망이다.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준·비율·한도·기간을 상향·확대해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유급휴업·휴직 조치로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정부가 고용보험기금으로 휴업·휴직수당의 일부를 지급하는 제도다. 이달 16일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휴업·휴직 계획을 신고한 사업장은 5만1067곳에 달한다.

특별고용지원업종도 항공, 면세점업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여행업, 관광숙박업, 관광운송업, 공연업 등 4개 업종을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했다. 항공기 급유·하역·기내식 등 항공지상조업과 면세점업 등도 특별고용지원 업종 지정을 요청한 상태다.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지정되면 생계비 지원을 비롯해 재취업 훈련, 전직 훈련, 고용유지지원금, 특별연장급여, 실업급여 연장 등에 대한 비용을 정부가 지원한다.

재정을 투입해 공공일자리를 만드는 ‘긴급 일자리·새로운 일자리 창출 대책’도 추진된다. 안전망을 확충하는 방안으로는 실업급여 수급 요건을 완화하거나 수급 기간을 연장하는 ‘실업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월 50만원 씩 최장 2개월 지원하는 ‘코로나19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사업’의 지원 대상·규모·기간도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1인 자영업자·특수형태근로자(특고)·프리랜서·학원 강사 등 ‘사각지대 근로자 생활안정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들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고용유지지원금·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고용보험기금 재정 부담 때문에 고용유지지원금·실업급여 등의 고용 대책을 주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자영업 등 특정 집단만 지원을 확대할 경우 나타날 다른 업종·근로자와의 형평성 문제, 정책 순위·실효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예고된 실업대란에 노사갈등 격화 우려

대규모 해고 사태는 경제를 악순환으로 몰아넣을 뿐 아니라 노사갈등 격화 등 사회불안 요소이기도 하다.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사정 대타협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특히 해고금지를 요구하는 노동계와 고용유연성 확대를 요구하는 경영계 간의 마찰이 우려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고용보험 가입자에 특고 등을 포함하는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 △특고, 자영업자에 대한 정부의 고용보험료 지원 △실업급여 확대·수급요건 완화·지급기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원포인트 노사정 비상 협의를 시작하자”며 “비상협의에서는 모든 국민의 해고를 금지할 방안을 협의하고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해고 요건을 완화해 기업의 경영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0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국회에 건의한 ‘경제활력 제고와 고용·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경영계 건의’에는 경영상 해고 요건을 현행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서 ‘경영합리화 조치가 필요한 경우’로 완화하는 근로기준법(24조) 개정 내용이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과거 선례를 참조해 실업대책 원칙을 우선 세운 뒤 속도 있는 지원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IMF 당시 △기업에 해고를 늦춰달라고 요청하면서 고용유지로 인한 비용보상△사회안전망 구축을 통한 생계 보장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통한 관련 일자리 창출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직업 훈련 등의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임무송 금강대 공공정책학부 교수(전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는 “고용유지지원금 강화, 실업자·사각지대에 대한 생계 지원, 고통분담을 통한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3중 방파제를 시급하게 쌓아야 한다”며 “구직 지원금을 지급하는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 지원제도 법안도 빨리 국회에서 통과해 실업 쓰나미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업 위기에 처했거나 실업 가능성이 있는 인원(실업자+일시휴직자+구직단념자)이 지난달 337만명에 육박했다. 지난 1월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3월부터 실업위기가 본격화 되는 양상이다. 일시적 병, 사고, 연가, 교육 등으로 일하지 못한 일시휴직자는 취업자로 분류되지만 고용 상황이 악화되면 실업자나 비경제활동인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 구직단념자는 일거리가 없는 이유 등 노동 시장 문제로 최근 한 달 내에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비경제활동인구다. 구직단념자가 늘수록 취업을 포기한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단위=만명 [자료=통계청]
임시·일용직과 자영업자에서 고용 충격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지난달 임시·일용직이 작년 3월보다 59만3000명 감소했다. 전년동월 대비, 단위=만명 [자료=통계청]
임시·일용직과 자영업자에서 고용 충격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지난달 자영업자가 작년 3월보다 7만1000명 감소했다. 전년동월 대비, 단위=만명 [자료=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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