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도 포기한 KFC, 올해 흑자전환…백조로 '훨훨'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서울 당산역 1번 출구 앞 KFC 매장. 이 매장은 지난해 6월 15일 정식 개점했다. 개점 전달까지 세계 최대 프랜차이즈 브랜드 맥도날드가 있던 자리였다. 바로 옆에는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스타벅스가 있다. 스타벅스 자리는 또 2016년까지 롯데리아가 있던 곳이다. 국내 버거 프랜차이즈 양대 산맥이 버티지 못하고 빠져나간 유동인구 8만의 서울 서남권 교통 중심지에 KFC가 스타벅스와 나란히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 매장은 KFC에 있어 의미가 깊다. 침체일로에 있던 KFC가 서비스 혁신을 다짐하며 내놓은 매장이면서, 모회사가 KG그룹으로 바뀐 지 1년 만에 내놓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KFC 당산역점 (사진 =김유성 기자)

“앱으로 모든 것 해결”…당산역점 가보니

당산역 KFC 매장 앞은 갖가지 이벤트 포스터로 장식돼 있었다. 샌더스 할아버지 모형은 개점 당시부터 없었다. 대신 ‘왕갈비 치킨’, ‘커피’, ‘치킨나이트’, ‘무료’ 등의 문구가 소비자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매장 위 간판에는 ‘딜리버리(delivery)’라는 문구가 있었다. 배달도 된다는 뜻이다.

KFC 매장 내부 모습. (김유성 기자)

주문은 키오스크와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받는다. 매장 손님은 자신의 주문 대기 번호를 카운터 앞 스크린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2층 홀에서도 스크린을 통해 조리 완료 여부를 알 수 있었다. 진동 벨이 필요 없는 서비스 구조다.

키오스크에 대기 줄이 있어 앱으로 포장 음식을 주문했다. 징거버거, 타워버거, 계란타르트, 치킨텐더를 한 번에 넣은 행사 상품 ‘말복든든팩’을 선택했다.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 격인 징거벨로 구매를 하고 결제까지 하자 매장 스크린에 주문번호가 바로 떴다.

KFC 징거벨 오더 앱 화면 캡처.

주문 입력 후 4분 만에 ‘주문하신 제품이 나왔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스크린에 떴다. 예상보다 조리가 빨랐다. 콜라까지 챙겨 매장을 나오기까지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때마침 배달 기사가 들어와 배달 음식을 챙겨갔다. 조리 시간에 맞춰 도착한 그는 바로 주문 음식을 찾아 바깥으로 나갔다. 혼자 온 남성 방문자는 생맥주와 치킨을 시켜 나갔다. 근처 한강시민공원을 갈 모양인 듯 했다.

잊혀져가던 KFC, IT 기반 종합 외식매장으로

KFC는 지난 1984년 4월 25일 종로 1호점으로 시작했다. 1996년 100호점을 냈고 2000년 200호점을 열었다. 2001년에는 매장 수가 237개까지 늘었다.

1984년 4월 KFC 국내 1호점인 종로점 개점 당시 모습.(사진=KFC)

2000년대 들어 ‘TGI프라이데이’, ‘빕스’ 등의 패밀리레스토랑이 전성시대를 맞으면서 KFC는 기울기 시작했다. 경쟁 패스트푸드도 1980~90년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었다. KFC는 그렇게 시장에서 잊혀져갔다.

KFC 운영사였던 두산그룹은 2014년 5월 사모펀드인 CVC캐피탈파트너스(인수 주체는 ‘레스토랑 인베스트먼트코리아’)에 KFC를 매각했다. 당시 매각가는 1000억원이었다.

CVC캐피탈은 신규매장을 30개 신설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지만 하향세에 접어든 KFC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16년에는 122억원의 영업적자까지 냈다.

CVC캐피탈은 인수 3년 만에 KFC 정상화를 포기했다. 부실기업을 싸게 인수한 후 비싼 가격에 팔아야 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굴욕이었다. KG그룹은 2017년 이런 KFC를 인수했다.

KG그룹은 KFC 브랜드가 갖고 있던 관행을 과감히 깼다. ‘패스트푸드=콜라’라는 상식도 깼다. 생맥주를 팔면서 학생 이상 성인 고객층도 확보했다. ‘오전 10시 영업 시작, 오후 10시 영업 종료’라는 일률적인 매장 운영 시간도 바꿨다. 상권 특성에 따라 마감 시간을 새벽 2~3시까지 유연화 했다.

적자에서 헤어 나오기 힘든 부실 매장도 정리했다. 대신 유동인구가 많은 주요 상권에는 과감히 출점했다. 맥도날드와 롯데리아가 포기한 KFC 당산역점도 이런 이유로 생겼다. 그 결과 2017년 초 211개였던 매장 수는 올해 8월 193개로 줄었지만, 매장 당 수익성은 개선됐다.

모바일 서비스도 도입했다. 징거벨 오더가 바로 그 예다. 매장 내 주문은 물론 배달도 가능하다. 수시로 이벤트 상품을 출시하고 이를 앱으로 알렸다. 복날에 맞춘 특별 메뉴나 야식족을 위한 치킨 등이다.

신 메뉴 출시에 따른 운도 따라줬다. 인도네시아 KFC 매장에서 선보였다가 한국에까지 상륙한 ‘닭껍질 튀김’이 그 예다. 고객의 요청을 적극 받아들인 덕분에 KFC 닭껍질 튀김은 올 상반기 최대 히트 식품이 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버거와 치킨, 일부 사이드 메뉴를 팔던 KFC는 맥주와 커피까지 파는 종합 음식점이 됐다.

KFC코리아 영업이익. (그래프=김정훈 기자)

이러한 체질 개선 노력은 실적으로 나타났다. 2017년 173억원에 달했던 영업적자가 지난해 15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액도 올 상반기 1000억원을 돌파했다. 한국에 KFC가 상륙한 이후 반기 기준 최대 매출이다.

KFC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30% 가까이 오르는 등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도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매장 침체, 버거 시장 경쟁↑ 과제

최근 들어 치킨과 버거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은 KFC가 극복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최근 버거 시장은 ‘쉐이크쉑’을 비롯한 수제버거 시장과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 버거’처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높인 제품 시장으로 양분화 되고 있다. 치킨 시장 성장세도 점차 둔화하고 있다. 국내 선두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매출과 이익 성장률도 떨어지고 있다.

엄익수 KFC코리아 대표는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외식·프랜차이즈 업체의 핵심은 고객 만족에 있다”며 “KFC의 철학인 ‘정직한 음식이 만드는 행복한 세상’을 실천한다면, 앞으로도 고객의 발걸음은 저절로 KFC로 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