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리포트]②국내는 좁다…해외로 뻗는 라면업계

한국 1인당 라면 소비량 1위…시장규모는 8위 불과
매년 라면 수출액 경신…美·中·동남아 주요 수출
세계적인 한류 열풍에 매운라면 도전 인기 더해져 한국라면 수요 상승
현지 입맛 반영한 제품에 현지 주류 소비층도 움직여
  • 등록 2019-08-02 오전 6:03:00

    수정 2019-08-02 오전 6:03:00

한국이 1인당 연간 라면소비량은 세계 1위지만 소비 자체는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라면업계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자료 출처=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지난해 한국인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74.6개(세계 인스턴트 라면협회)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2위 베트남(53.9개), 3위 네팔(53개)과 큰 격차를 보였다. 세계 평균(13.6개)과 비교하면 무려 7배가량 차이가 났다. 남다른 한국 소비자들의 라면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국내 라면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국내 라면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어서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최근 3개년 라면 시장의 규모는 2016년 2조400억원에서 지난해 2조475억원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같은 기간 1인당 연간 라면소비량은 76.1개에서 73.7개, 74.6개를 기록했다. 1인당 연간 소비량이 75개 안팎에 정체돼 있다.

4%에 만족 못한다…96% 시장 공략하는 라면업계

라면업계는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해외 라면시장이 국내보다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압도적 1위지만 시장 규모로는 8위(38억2000개)에 머물러 있다. 반면 세계 라면 시장 1위인 중국은 지난해 연간 402억5000개의 라면을 소비했다. 국내 소비량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지난해 주요 15개국에서 팔린 라면만 938억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한국의 비중은 4%에 불과하다.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국내 라면업계의 작년 해외수출 규모는 4억1300만달러(약 4861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2012년 2억623만달러로(약 2427억원)로 2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6년 만에 2배 신장한 것이다.

국내 라면업계가 공들이고 있는 시장은 중국과 미국, 동남아다. 특히 세계 1위 시장 중국은 한·중·일 삼국의 격전지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최근 발표한 중국 라면 시장동향 보고서를 보면 판매량 상위 10개 제품 가운데 중국 제품이 6개를 차지했다. 이어 한국 2개, 일본 1개, 싱가포르 1개가 이름을 올렸다. 순위에 오른 한국 제품은 농심의 신라면(4위),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8위)이다.

연도별 라면 수출액 (그래프=문승용 기자)
얼큰하면서도 달달한 한국식 매운맛으로 사로잡다

중국 라면에서 느낄 수 없는 매운맛이 중국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얼얼할 정도의 매운맛을 즐긴다. 국내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마라가 대표적이다. 마라는 중국 사천 지방의 향신료로 혀가 마비될 정도로 맵고 얼얼한 맛을 뜻한다. 이런 시장에서 신라면은 얼큰한 매운맛으로 차별화를 꾀했고, 불닭볶음면은 중국 소비자들의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매운맛으로 공략해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불닭볶음면은 매운맛을 나타내는 스코빌지수(SHU)가 4404으로 신라면(2700)보다 두 배가량 맵다.

한국식 매운맛은 동남아에서도 통했다. 동남아시장은 세계 2위 라면 시장인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상위 15개국 가운데 6개국을 포함한 거대 시장이다. 특히 전 세계 무슬림 인구의 약 60%가 동남아에 있어 중동을 포함한 할랄 시장의 교두보로써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동남아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한국라면은 불닭볶음면이다. 불닭볶음면은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동남아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2016년 65억원에서 2017년 140억원, 2018년 170억원로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오리지널 불닭볶음면과 함께 현지인들의 입맛을 고려한 까르보불닭볶음면, 치즈불닭볶음면으로 불닭 시리즈를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신세계푸드도 동남아를 중심으로 라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말레이시아의 식품기업 마미더블데커와 손잡고 한국식 할랄라면 대박라면 시리즈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매운 맛을 선호하는 현지인들의 입맛에 착안해 신세계푸드는 김치찌개맛과 양념치킨맛을 출시해 연간 400만개의 판매고를 올렸다. 올해 3월에는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 고스트 페퍼를 넣어 1만2000SHU의 대박라면을 출시해 목표치(20만개)를 상회하는 60만개의 판매 실적을 거뒀다.

미국 코스트코 매장 내 신라면 매대 모습.(사진=농심)
해외 현지 주류 소비층이 찾는다

세계 모든 브랜드가 모이는 미국에서는 한국과 일본 간 자존심 대결이 한창이다. 국내 라면 1위 농심은 미국에서 일본 업체와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미국 라면 시장의 1, 2위는 일본 업체인 마루찬과 니신이다. 농심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눈여겨볼 점은 농심의 성장세다. 농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2%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매년 14%씩 매출이 성장하면서 빠른 속도로 일본 라면을 따라잡고 있다.

코트라는 한류 열풍과 SNS을 통한 한국 라면 도전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농심의 진가는 소비층이다. 전통적으로 매운맛을 선호하는 히스패닉과 아시아인 외에도 백인과 흑인 등 미국의 주류사회에서도 신라면을 찾고 있다. 실제 지난해 현지 주류 소비층과 비주류 소비층의 매출 비중이 60%대 40%로 집계됐다.

세계 11위의 시장인 러시아(18억5000개)에서도 한국라면이 돋보인다. 팔도의 용기면 도시락이 러시아 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도시락의 칼칼한 국물 맛이 러시아 전통 스프와 비슷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팔도는 러시아 현지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을 공략하기 위해 치킨, 버섯, 새우 등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해 맛을 풍부하게 더했다. 또 추운 날씨 탓에 열량 높은 마요네즈를 선호하는 러시아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마요네즈 소스를 별첨한 도시락 플러스로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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