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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조망한 ‘88만원 세대’라는 책으로 우리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우석훈 박사. 그가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연구 주제는 다름 아닌 젠더경제학이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벌어지는 젠더 격차를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분석하고,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를 제시하는 일이다.
우 박사는 최근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처럼 젠더격차가 병적으로 심한 국가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여성들은 계속 구시대적인 사회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고 남성도 계속 부딪쳐 가며 결국엔 젠더 갈등이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젠더갈등, 문화가 여성사회 진출 속도 못 따라가 생긴 것”
우 박사는 우리 사회의 젠더갈등이 이렇게 극심해 진 이유로 ‘속도’를 꼽았다. 다른 나라에선 여성의 사회 참여가 수십 년에 걸쳐 완만하게 진행돼 온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짧은 시간에 빠른 속도로 진행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여러 경제 지표를 살펴봤을 때 한국의 젠더 격차는 의심할 여지 없이 극심하다는 게 우 박사의 판단이다. 우 박사는 “최근 유엔개발계획(UNDP) 성불평등지수(GII)에서 한국이 10위에 올랐다면서 더 이상 젠더 격차가 없단 식으로 말하는데 이는 일부 지표에 불과하다”며 “남녀 가사 참여율이라든지 남녀 임금격차, 이사회의 남녀 비율을 따져보면 한국에서 ‘여성’이라는 것은 학력과 나이처럼 분명히 하나의 핸디캡을 갖고 있는 존재”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쿼터제는 기계적으로나마 젠더 격차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우 박사는 “현 경제구조는 남성 네트워크가 강하다보니 여자들이 살아남기 어려워 기계적 평등을 위해서라도 쿼터제가 필요하다”며 “일각에선 쿼터제가 남성의 자리를 빼앗는다는 지적도 하는데 쿼터제는 상위자리 몇 개에 한정된 얘기로 성대결 구도로 얘기할 수조차 없는 소수”라고 비판했다.
젠더 갈등 타협점 찾을 것…“여성들이여 싸워라”
여성혐오를 그대로 남성에게도 반사해 적용하는 ‘미러링’이란 운동방식이 젠더 갈등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우 박사는 “외국에선 호모사이드로 이어질 것 같은 인종주의적 내용이 아닌 이상에야 대통령을 놀려먹거나 신성모독을 하는 것은 서브컬쳐의 영역에서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얼마든지 용납이 가능한 사안”이라며 “미러링이 우리 사회가 기본적으로 합의한 형법을 위반하는 범죄가 아니라면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것들은 문화적 허용범위 내에서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계몽을 통해서는 젠더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리라 내다봤다. 우 박사는 “미국에서도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육아 및 출산 캠페인을 많이 했지만 효과는 없었고 갈등만 외려 극심해졌다”며 “결국 남성들이 글로벌스탠다드와 부딪치고 유화되면서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 박사는 “남성은 책을 많이 읽어 글로벌 시대의 교양과 상식을 배워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여성은 그 때까지 열심히 사회와 싸우는 수밖에 없다”며 말을 끝맺었다. 우 박사는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SM타운)에서 열리는 ‘제7회 이데일리 W 페스타’에서 여성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적 불평등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