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과열 마케팅]①장롱카드 깨우자고 직구족에 고가 경품

연말 황금 대목 맞은 고객 대상
최신 벤츠, 하와이 여행권 내걸어
수수료 수입보다 고객 확보 차원
카드모집은 경품 한도 있지만
판촉은 제한없어 과열 부추겨
  • 등록 2017-11-28 오전 6:00:00

    수정 2017-11-28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금융권에서 잇달아 고가의 경품을 내걸고 고객 유치전에 나서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카드업계와 P2P업계에서 수천만 원어치 여행상품권은 물론 수입자동차와 오피스텔까지 일반적인 통념을 넘어서는 과도한 경품을 내걸면서 과당경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관련 제도적 장치가 없어 이를 막을 묘수는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결국 금융소비자들로선 눈앞의 경품에 현혹되기보다는 해당 서비스의 질과 투자위험을 잘 따져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는 셈이다.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6200만원짜리 2018년형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 1500만원어치 하와이 여행상품권, 최대 100만원 환급까지…’

미국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에 접어들면서 국내 신용카드사들이 해외 직구족(族)을 대상으로 초고가 경품을 내걸며 고객 유인에 나섰다.

블랙프라이데이(11월 24일)에서 사이버먼데이(11월 27일), 크리스마스 세일(12월 24일), 박싱데이(12월 26일)로 이어지는 연말 해외직구 황금 시즌을 맞아 과도한 경품 제공이 자칫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잠자는 ‘장롱카드’ 깨우자…은행계 카드사 숨은 전략

2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비씨카드는 BNK부산은행과 공동으로 경품 이벤트를 실시한다. 1등 메르세데스 벤츠 E200 1명, 2등 300만원 상당 하와이 여행상품권 5명, 3등 스타벅스 커피쿠폰 998명 등 총 1004명에게 선물을 증정한다. 준비된 경품 액수만 8200만원에 달한다.

신한카드도 연말까지 해외 온라인 이용액 10만원 이상 고객 2211명을 추첨, 이용금액을 돌려주는 이벤트를 연다. 1등 1명에게 해외 직구 금액 전액을 100만원 한도로, 2등 10명에게는 50%(50만원 한도)를 돌려주는 방식이다. 전체 환급금은 2600만원에 달한다.

삼성카드도 다음달 12일까지 아이허브, 아마존, 랄프로렌, 알리익스프레스 등에서 직접 구매할 경우 경품을 준다. 100달러 이상 결제한 고객을 대상으로 30만원이 넘는 발뮤다 토스터기를 비롯해 하만카돈 무선이어폰, 스타벅스 기프티콘 등이 마련돼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해외 직구로 인한 수수료 수입은 크지 않지만 연말 해외쇼핑 대목에 임박해 단기간 1억원 넘는 마케팅 비용을 쏟는 건 잠자는 ‘장롱카드’들을 깨우려는 전략도 있다”고 말했다.

“카드모집 경우처럼 판촉 경품에도 제한 둬야”

문제는 카드사들이 독일산 수입명차까지 경품으로 내세우는 등 ‘제살 깎아먹기’ 식 과도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별다른 규제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신용카드 모집에 한해 연회비의 10%를 초과하는 경품 제공만이 금지되고 있다. 카드모집인을 통해 연회비 1만원의 신용카드 회원에 가입하면 1000원, 연회비 10만원인 경우에는 1만원이 각각 경품 한도인 셈이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판매촉진을 위한 경품에는 따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 마케팅 경쟁이 과열돼도 금융당국이 자제토록 유도할 장치가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말 대목을 앞두고 각 카드사들이 고객몰이를 위해 초고가 경품을 내걸어 사행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한다”면서도 “현행법상 판촉을 위한 경품 액수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 감독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판촉 경품에도 신용카드 모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경품 상한선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시행령에서 경품의 소비자가격을 5000원 이내로 한정한 규정을 참고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주선 강남대 법학과 교수는 “초고가 경품의 가액을 낮추는 방안을 여타 법 규정을 참고해 고려할 수 있다”면서 “여기에 카드사들이 초고가 경품으로 고객을 현혹해 카드결제를 유인한 뒤 실제 경품은 지급하지 않는 기만행위는 없는지 감독당국이 상세히 들여다볼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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