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시중 여윳돈, 성장 씨앗에 투자해야

  • 등록 2017-11-16 오전 6:00:01

    수정 2017-11-16 오전 10:33:17

[조영제 한국금융연수원장] 전국적으로 아파트 청약열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입지 좋은 강남권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는 청약경쟁률이 수백 대 일에 달하고 수조원의 돈이 몰린다. 정부는 8.2부동산대책에 이어 10.24부동산대책까지 내놓으며 번지는 불길을 잡고 있지만 여전히 부동산시장에 불고 있는 투기광풍에 불안한 모습이다. 최근에는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시장에도 극심한 투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에 떠도는 여유 돈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딘가 숨어있는 돈들이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투기기회만 엿보고 있다.

지난 11월 2일 정부는 혁신성장의 기치 아래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벤처투자자금을 크게 늘리고 투자금 회수시장으로서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침을 밝혔다. 향후 3년간 10조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를 조성해 모험자본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창업 3∼7년 기업의 성장을 돕는 ‘창업도약 패키지’ 규모(현재 5백억원)도 2배로 확대하며, 매년 우수기업 20개를 선발해 최대 45억원까지 지원하여 스타기업으로 키우고 해외진출 지원을 위한 ‘외자유치펀드’도 조성하기로 했다.

또한 엔젤투자자의 소득공제를 확대하고 벤처기업 스톡옵션 행사이익에도 2천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며 크라우드펀딩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국내 벤처창업시장이 경제규모에 비해 모험자본이 부족하여 벤처투자가 미흡하다면서 민간 중심의 혁신창업을 활성화하여 제2의 벤처붐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누구나 아이디어로 창업에 도전하고 모험정신이 보상받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도 기부형 크라우드펀딩을 활성화해 기부금이 투자재원으로 활용되고 수익이 사회공헌기금으로 쓰이게 하는 등 인간 중심의 투자생태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혁신벤처기업 육성은 IMF 외환위기 직후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도입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외환위기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자 거래소 상장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유망 중소기업, 벤처기업들에게도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해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 많은 자금과 인력이 코스닥과 벤처기업으로 몰려들어 스타기업들이 탄생했고, 이들이 오늘날 첨단 ICT 기업 등 혁신기업들로 성장하였다.

지금의 신정부도 혁신성장의 기치 아래 제2의 벤처붐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모험투자자금 회수가 가능한 코스닥시장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코스닥시장은 연일 랠리가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추가로 코스닥시장에 개인들의 여유자금이 많이 몰리도록 세액공제, 소득공제, 거래세 인하 등 각종 인센티브 부여를 검토하고 있다. 모처럼 일기 시작한 모험적 혁신기업 투자열기가 과거 벤처붐처럼 타올라 실리콘밸리와 같은 혁신생태계가 조성되길 바랄 뿐이다. 차제에 우리도 증권거래세 중심에서 자본이득세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편, 빨리 타오른 장작불은 빨리 꺼지듯이 벤처기업이나 코스닥시장에 몰려든 자금이 한탕주의식 먹튀로 나타나거나 정치스캔들로 번져 벤처붐을 뭉개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 벤처붐이 체계적인 혁신생태계로 이어지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린 것은 이런 부작용을 차단할 시스템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코스닥상장기업들의 경영투명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코스닥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투자정보가 활발히 유통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증권사들에게 코스닥종목의 기업분석보고서 발행빈도를 높이도록 독려하겠다고 한 것은 의미 있는 언급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돈맥경화증에 시달려왔다. 풀린 돈이 갈 곳을 잃어 지하로 스며들고 투기기회만 엿보다가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으로 쏠림현상이 되풀이되어 왔다 이는 떠도는 돈들을 생산적 부문으로 유도할 청사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이러한 돈들이 생산적 부문으로 흘러 성장의 씨앗이 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되살아나는 일본경제와 무섭게 커가는 중국경제를 바라보면서 미래 성장동력 육성이 얼마나 시급한지 절절히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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