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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국내 클래식 공연장을 찾는 관객 수는 한 회 공연에 최대 2300명(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기준) 정도다. 스타 연주자나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 등이 출연해 객석이 꽉 찰 때 얘기다. 대부분 클래식 연주회엔 빈자리를 쉽게 볼 수 있다. 음악계에 따르면 초대 인원을 제외하면 절반이 차지 않을 때도 많다. 한국이 음악콩쿠르 최대 강국이라고 하지만 대중에게 클래식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한국의 유명 음악가들이 클래식 저변 확대에 팔을 걷어부쳤다. ‘클래식은 무겁고 어렵다’는 편견에 맞서 대중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정통 클래식만 고집해왔던 과거와 다르다. TV드라마부터 예능·영화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대중매체 출연을 선택한 이유
소프라노 임선혜, 바리톤 고성현·김주택, 베이스 손혜수, 피아니스트 김선욱, 리코디스트 염은초, 비올리스트 이승원 등. 클래식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스타들이 앞장섰다. 값비싼 티켓을 내고 공연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연주자들을 대중매체에서 보다 허물없이 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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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혜(41)는 “이번 출연으로 감히 ‘클래식의 대중화’를 섣불리 논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또 많은 이들의 염려와 걱정도 모르지 않는다”며 “클래식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정한 만큼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29)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배우’로 깜짝 데뷔했다. 이 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한 ‘황제’(감독 민병훈·이상훈)에서 피아니스트 역으로 출연했다. 대사 없이 연주하거나 걷는 모습만 찍었다. 본업(本業)에 충실했던 셈이다. 치유라는 이 영화의 키워드가 맞아떨어져 출연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게스트로 나온 리코더 연주자 염은초 역시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국내 몇 안 되는 리코디스트인 그는 당시 걸그룹 ‘에이핑크’의 멤버 정은지와 출연해 각종 리코더를 이용한 화려한 연주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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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원은 출연 계기에 대해 “보통 예능 프로그램에서 섭외 제의가 들어왔다면 거절했을 것”이라며 “문제적 남자의 경우 다양한 분야의 게스트를 섭외하고 정체성을 잃지 않은 선에서 클래식 음악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주위 반응을 묻자 “실시간 검색순위 1위에 오르는 등 그만큼 방송 효과가 크구나라고 느낀 동시에 신기했다”며 “마주치는 음악 친구들마다 방송 재미있게 잘 봤다고 칭찬해줘 좀 쑥스러웠다. 콰르텟 멤버들도 촬영 날까지 우려와 걱정을 많이 했는데 방송 뒤 좋은 반응에 마음을 놨다”고 귀띔했다. 다시 예능 출연 제의를 받는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질문하자 “음악가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는 전제 조건이 성립된다면 조심스럽게 고민할 것 같다”고 웃었다.
△클래식 저변 확대·관객 접점 늘려
클래식 스타들의 이러한 ‘외도’는 갈수록 줄어드는 클래식 인구를 늘리고 젊은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동안 일반 대중이 클래식을 접하려면 KBS 열린음악회 등 한정된 프로그램이나 장소에서만 들을 수 있었다면 놀라운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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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잘 활용하는 중국 출신의 피아니스트 랑랑 역시 “클래식 연주자도 영화배우나 스포츠 스타들처럼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해 대중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대중은 좀처럼 클래식음악에 대한 정수를 제대로 느낄 기회가 없었다. 그런 기회의 접점을 늘리고, 만날 길목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했다. 다만 대중적 인지도와 연주자로서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중 활동에 지나치게 무게가 실릴 경우 자칫 ‘집토끼’를 놓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류 평론가는 “우리나라의 예능화는 정도가 심하다. 정치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그는 “TV ‘알뜰신잡’ 역시 예능 없이 인문학을 대중에 전달하기 힘들다는 강박이 내비친다. 사회의 다원성 한계와도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칭찬이든, 논란이든 다양한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대중의 클래식화는 이제 시작이다. 판단할 시점이 아니다.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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