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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생 김모(28)씨는 16일 “지난주 내내 이어진 축제 소음 탓에 애써 세워 놓았던 공부 계획이 어그러졌다”고 허탈해했다. 그는 “새벽까지 창문이 흔들릴 정도로 울려대는 엠프소리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5월 대학가는 축제로 분주하지만 취업준비생들은 ‘벙어리 냉가슴 앓기’ 중이다. 축제시즌이 대기업 공채와 인턴 채용 전형이 잇따라 이어지는 시기와 겹친 탓이다. 도서관까지 울려 퍼지는 엠프 소리에 집중이 어렵지만 축제를 즐기는 다른 학생들에게 항의도 못한다.
중앙대 4년에 재학 중인 송모(28)씨는 “학교 부지가 좁다 보니 공연이라도 하면 교내가 온통 시끌벅적하다”며 “축제 분위기 속에서 도서관에 앉아 펜을 잡아도 집중이 잘 안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취업을 앞둔 4학년의 경우 약 40%가 불참 의사를 밝혔다. ‘취업 준비로 바쁘다’(42.2%)는 이유를 첫 손에 꼽았고, 절반 가량(45.6%)은 축제 기간 ‘도서관과 학교 등에서 취업준비·공부를 하며 보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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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축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불평하기도 어렵다 .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축제기간 동안 공부할 장소를 찾아 다른 대학 도서관을 전전하는 등 사정이 더 딱하다.
노모(26·건국대4)씨는 “축제 기간 교내 도서관 대신 다른 대학이나 동네 도서관을 찾는다”고 했다. 대구 출신인 서강대 황모(30)씨는 “축제 기간 순회하듯 고향 친구 학생증을 빌려 다른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 뒤 친구 자취방에서 신세를 지곤 했다”고 말했다.
다음 달 말 5급 공채 2차 시험을 앞둔 신모(25·여·연세대4)씨는 “지난해 이맘 때에도 교내 조용한 장소를 찾아봤지만 결국 무용지물이었다”며 “고시생들은 시험 준비에 필요한 서적이 많아 어디 가기가 힘든 형편인데 올해도 마땅한 곳이 없어 발만 구르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