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자의 쏙쏙경매]3년전 가격에 나온 고양 아파트

  • 등록 2016-05-21 오전 7:00:00

    수정 2016-05-21 오후 3:39:06

1억 5000만원짜리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 아파트

2013년 10월 감정돼 시세보다 20% 저렴한 물건

신건 낙찰받아도 수천만원 이득이라 94명 몰려

경쟁 치열하다보니 실제 차익은 수백만원 수준


△이번주 전국 법원 경매에서 가장 많은 94명의 응찰자를 모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소만마을 아파트. [사진=지지옥션]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누구나 한 번쯤 해보는 상상이죠. 지금은 너무 비싸 살 수 없는 물건을 과거에서 훨씬 싼 값에 사서 부자가 되는 꿈 같은 것 말입니다. 예를 들어 강남이 개발되기 이전으로 돌아가 논·밭을 사들여 막대한 시세 차익을 거두는 식이죠. 현실에서는 전혀 불가능한 이런 일이 법원 경매에서는 가끔 일어나기도 합니다. 물론 타임머신을 타는 것은 아닙니다. 비밀의 열쇠는 경매에 넘어온 물건이 실제로 법원에서 입찰 될 때까지 최소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의 시간이 걸리는 탓에 생겨나는 시차입니다. 집값이 바닥이던 시기에 감정된 물건이 몇 년 뒤 시장 상승기에 경매에 나온다면 감정가를 다 주고 낙찰받더라도 현재 시세보다는 훨씬 싸게 매입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물건에는 어김없이 응찰자가 몰려들기 마련입니다. 이번 주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응찰자를 모은 부동산 물건도 바로 이런 사례입니다.

20일 부동산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8일 고양지원에서 유찰없이 신건으로 경매된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소만마을 1단지 전용면적 45.48㎡짜리 아파트(7층)는 무려 94명이 입찰표를 써냈습니다. 행신동은 경의선을 타고 상암DMC와 공덕역 등을 10분대에 갈 수 있는 지역입니다. 이런 입지 조건 때문에 저렴한 집을 찾아 서울에서 세입자들이 많이 옮겨가는 곳이죠. 그러나 집값 상승률이 그리 높은 곳은 아닙니다. 고양은 일산신도시를 비롯해 삼송지구와 원흥지구 등 택지지구 위주로 새 아파트가 많이 공급돼 상대적으로 구(舊) 도심인 행신동은 집값이 많이 오르지 않아 투자가치는 높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왜 100명에 가까운 사람이 응찰을 했을까요. 해답은 이 물건의 감정시점에 있습니다. 이 아파트는 수도권 주택시장이 바닥이던 지난 2013년 10월에 감정가가 정해졌습니다. 당시에는 정부에서 나서 집을 사라고 취득세까지 전액 면제해주던 시절입니다. 당연히 집값도 현재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이 물건의 감정가는 1억 5000만원으로 현재 시세인 1억 7750만원보다 20% 가까이 쌉니다. 신건인데도 한번 유찰된 효과가 있는 셈이죠. 더욱이 실제 부동산중개업소에 나와 있는 매물들은 1억 8500만원 안팎이라 감정가 그대로 낙찰받아도 3500만원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말소기준권리를 앞서는 채무가 없어 낙찰 이후 문제 될 부분도 없습니다. 집주인이 실거주하고 있어 명도(거주자를 내보내는 일)도 세입자가 있는 경우보다는 덜 어려워 보입니다. 경매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조건을 다 갖춘 물건이란 얘기입니다.

결국 최종 승리자는 전모씨로 1억 7899만원을 써내 이 아파트의 주인이 됐습니다. 차순위와 3위 응찰자도 각각 1억 7799만 9999원과 1억 7759만 5810원을 써내 불과 100만원 안팎에서 승부가 갈릴만큼 치열한 낙찰 경쟁이었습니다. 낙찰자 전씨는 층과 향 등을 고려할 때 매매로 사는 것보다 약 500만~700만원 가량 차익을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감정가 수준으로 낙찰받았다면 20%이상의 수익률을 얻었겠지만 누구나 타임머신을 탈 수 있는 물건을 원하니 생각보다 실제 소득은 크진 않았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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