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대로 쏜 '비비탄'…구멍난 관람매너

  • 등록 2015-12-22 오전 6:06:15

    수정 2015-12-22 오전 6:06:15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최근 서울의 한 극장에서 공연 도중 무대로 비비탄이 날아드는 아찔한 일이 벌어졌다. 1000여명의 중학생이 뮤지컬을 관람하던 중 객석에서 무대를 향해 비비탄을 발사한 것이다.

첫 번째 비비탄은 공연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무대로, 두 번째 비비탄은 공연 종료에 임박해 스태프에게 날아들었다. 몇몇 배우와 진행요원이 비비탄에 맞았다. 비비탄 총의 평균속도는 초속 40m, 눈에 맞으면 시력을 잃을 수 있을 만큼 위험하다.

제작사 측은 공연 직후 인솔교사와의 합의하에 소지품 검사를 했고 비비탄을 쏜 학생 4명과 비비탄 총 4정을 압수했다. 이후 학교 측은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고 비비탄 총을 쏜 학생들에게 봉사활동 처분을 내리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사고가 난 날은 월요일로 원래대로라면 공연이 없는 날이다. 학생들의 문화진로 체험활동을 위해 오전에 특별히 무대를 꾸민 것이다. 관객이 크게 동요하거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배우와 스태프가 정성들여 준비한 공연을 방해한 것은 물론이고,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 공연을 보던 다른 학생이 무대에 집중을 못했던 것은 당연지사.

이번 비비탄 사건은 매우 극단적이긴 하지만 우리 사회의 공연관람문화에 대한 민낯을 보여주는 일례로 꼽힌다. 국내 공연시장규모는 5000억원. 3~4년간 폭풍성장 중이지만 관람객의 매너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학생 단체관람만 해도 그렇다. 우르르 몰려와 그저 눈으로만 보고 나가는 게 아니라 교감하고 체험하는 교육참여가 돼야 한다. 이날을 포함해 해당 공연을 관람한 학생 수는 1만 5000여명. 방학을 전후해 학사일정으로 단체관람을 진행한 만큼 평소 혹은 사전에 가정이나 학교에서 공연관람 에티켓 숙지는 기본이었다.

충무로 신예 박소담은 고교 1학년 때 뮤지컬 ‘그리스’를 단체관람하고부터 배우의 꿈을 키웠다고 했다. 어린시절 극장을 오가며 꿈을 키운 영화감독도 수두룩하다. 학교에서는 일상적인 체험활동 차원에서 가볍게 추진한 단체관람일지 몰라도 공연을 본 누군가는 꿈을 키울 수도, 그래서 성장의 무한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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