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 ‘김기사’로 유명한 벤처기업 록앤올의 박종환(43) 대표의 항변이다. 지난 5월 다음카카오는 록앤올을 626억원에 인수합병했다. 1억5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록앤올은 5년만에 400배 이상 기업가치가 치솟으면서 벤처 성공신화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M&A 성공 이후 그에게 돌아온 것은 축하만이 아니었다. 비난의 화살도 그에게 쏟아졌다. 박 대표는 “왜 기업을 팔아 넘겼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회사를 팔아치우고 이제는 무엇을 하고 살 것이라든가, 어디로 도망갈 것이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탄했다. M&A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다.
그가 이런 질문을 받게 된 배경은 뭘까. 한국에서는 M&A를 당하면 소위 ‘먹힌다’는 말로 표현한다. 국민이 가지고 있는 M&A에 대한 편견은 ‘갑의 횡포’에 이골이 난 국민이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만남을 달갑게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난 듯하다. 물론 대기업이 벤처기업의 기술력을 취득하고 버리는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기업의 자금력과 브랜드가 뒷받침될 수 있는 M&A는 벤처기업 성장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그는 기업을 인수 후 기업을 성장시킨 뒤 주식을 매각해 시세차익으로 큰 수익을 얻었다. 모토로라 인수 후 얻은 수익만 2조원에 달한다. 그에게 ‘샤크(상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하지만 누구도 그에게 손가락질을 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M&A를 바라보는 시선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 M&A는 아이칸의 사례처럼 기업을 인수해 성장시킨 후 비싼 값에 팔아 수익을 챙기는 투자 활동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M&A를 통해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워 동반 성장하는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형태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M&A를 넘어 인수개발(M&D·merger&development)을 통한 미래 생태계 선점 경쟁이 시작됐다.
박 대표는 다음카카오와의 파트너십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는 “나는 회사를 팔았다거나 도망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카카오라는 든든한 파트너를 만나 더 큰 성장을 향해 달려가는 기회를 잡은 것 뿐”이라고 강조한다. 국내에도 M&A는 먹고 먹히는 것이 아닌 함께 성장해야 할 파트너를 찾는다는 인식의 정착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