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세상에 나오다]③오페라에서 전자상거래까지..숨어있는 수학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수학적 의미 곳곳에 내포
애니메이션 제작·인터넷 전자상거래에도 수학 활용
  • 등록 2013-07-04 오전 8:17:44

    수정 2013-07-04 오전 8:17:44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지난 2007년 6월 독일 뮌헨에서는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렸다. 당시 개막작으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선정됐고, 오페라와 뮤지컬을 오가는 독특한 작품을 본 2000여명의 관객들은 환호했다. 이 오페라는 한국인 작곡가 진은숙(52) 씨의 작품이었다.

플라멩고를 안고 있는 앨리스(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진은숙씨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작곡하게 된 계기는 동화 속에서 철학적이고 깊이있는 이야기를 봤기 때문이었다. 그는 마틴 가드너가 쓴 ‘주석달린 앨리스’를 읽으며 3년간 작곡에만 매달린 결과 뛰어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영국의 루이스 캐럴이란 작가의 작품이란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루이스 캐럴이 영국 옥스퍼드대 수학과 강사였고, 동화 내용에 수학적인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책에 주석을 단 마틴 가드너 역시 미국의 수학자다.

가드너의 주석에 따르면 책 초반부 앨리스가 회중시계를 가진 토끼를 따라가다 굴 밑으로 굴러떨어지는 내용은 당시 유럽에서 회자되던 과학적이자 철학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당시에는 지구 중심을 향해 떨어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추측이 성행했었고, 결국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정답을 밝혀내게 된다. 또 물체가 지구의 중심에 도달할 때까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등의 내용은 지구 중력과 공기의 저항, 지구 자전 등을 의미하고 있다.

몬스터주식회사의 주인공 설리(왼쪽).(월트디즈니 코리아 제공)
문화산업에 수학이 활용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특히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한 애니메이션에는 온갖 수학공식과 물리적인 이론이 총동원되는데, 지난 2001년 월트디즈니와 픽사가 제작해 인기를 끌었던 몬스터 주식회사(Monster, Inc.)에서 모범사원 ‘설리’의 온몸을 뒤덮은 푸른 털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은 애니메이션계의 혁명으로 기억되고 있다.

털이나 머리카락 한올한올의 움직임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대단히 힘든 작업이어서 몬스터 주식회사 이전 애니메이션 제작팀은 각종 수학적 방법을 동원했지만 사실적인 묘사에 실패했다. 각각의 털이 움직이는 방향이 일정치 않은데다 빛에 따른 색상 변화와 움직임, 부딪힘 등의 상황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몬스터 주식회사 제작진은 각종 머리카락과 털의 꺾이거나 끊어지는 한계를 측정하고 털의 길이 값에 무작위 오차를 주는 등의 방법을 사용했다. 232만여개의 털을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프레임 하나를 제작하는 데만 약 12시간의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가하면 인터넷 쇼핑시 신용카드 결제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 활용되는 RSA 암호는 수의 구성원소인 ‘소수’의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RSA는 당초 숫자가 커질 수록 소인수분해를 하기 어렵다는 점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대부분의 전자상거래는 신용카드 결제시 RSA 암호를 이용해 해킹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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