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이 불어도 와야죠"…봉하마을서 1주기 추도식

  • 등록 2010-05-23 오전 10:07:38

    수정 2010-05-23 오전 10:07:38

[노컷뉴스 제공]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년인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은 이른 아침부터 추모객들의 발길로 분주한 모습이다.

◈ 비는 쏟아지지만, 수 만명 추모객들 막지 못해

22일부터 온종일 장대비가 내리고 있지만, 고인의 1주기 추도식을 함께 하려는 시민들의 발을 묶지는 못했다. 하루 평균 5천명 정도 찾았던 봉하마을에 연휴 이틀간 10만명 이상이 찾았을 정도다.

봉하마을 주변 주차장이 협소하고 혼잡이 우려돼 경찰이 마을로 진입할 수 있는 길목을 차단하면서 추모객들은 우산과 우의를 쓴 채 노란 풍선과 바람개비를 따라 수 킬로미터를 걸어서 이동하고 있다.

차량 통제 때문에 큰 불편을 겪고 있지만, 누구하나 불평하는 추모객은 없다. 묵묵히 감내할 뿐이다.

봉하마을에 들어서면 노 전 대통령의 육성과 그가 생전에 좋아하던 '상록수'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어 추도식 열기는 더욱 무르익게 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작가들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봉하마을 노사모회관은 건물 바깥까지 줄이 수십 미터 길게 늘어서 있고, 주차장 앞에서는 '그대 어디 있나요'라는 추모 1주기 공연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고인의 평소 타고 다녔던 자전거와 작업복, 서적 등이 전시된 추모전시관도 발 디딜틈이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고, 아름다운 봉하가게에는 노 전 대통령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각종 기념품을 사려는 추모객들로 역시 북적대고 있다.

1만 5000개의 추모글이 적힌 시민 박석이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아주 작은 비석' 묘역도 마무리 공사를 모두 마쳤다.

노 전 대통령이 숨을 거둔 부엉이 바위 아래 공터에서는 오후 2시부터 열리는 '노 전 대통령 1주기 추도식 및 박석.묘역 완공식' 행사 준비에 바쁜 모습이다.

추모객들은 묘역 옆에 설치된 '임시참배소'에 흰 국화를 헌화하고 절을 하는 등 고인을 조용히 추모하고 있다.

추모객들은 또, 부엉이바위를 직접 찾아가 노 전 대통령이 생전 즐겨 피우던 담배와 국화를 올려놓고 고인의 명복을 빌기도 했다.

울산에서 온 손수희(46.여)씨는 "서거 1주기인데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당연히 와야죠"라며 "노무현 이름 세 자만 들어도 눈물나고... 그 분 생각만 나면 눈물밖에 안난다"고 부엉이바위를 바라보며 말했다.

손 씨는 "살아계셨을 때는 그저 좋은 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돌아가시니까 이제서야 가슴이 아플 정도로 느껴진다"며 "이젠 명절때도 고향에 안내려가고 항상 먼저 봉하마을을 찾을 정도"라며 눈물을 흘렸다.

대구에서 온 안정효(62)씨는 "그리 고생할 필요도 없는데 왜 죽음을 선택했는지 너무 안타깝고, 어찌 생각하면 어리석기도 하고 바보스럽기도 하다"며 "사욕도 없는 분인데 먼저 보내서 마음이 정말 아플 정도"라고 말했다.

◈ '1주기 추도식' 부엉이바위 아래에서 엄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도식 및 시민기부 박석묘역 완공식이 23일 오후 2시 김해시 봉하마을 묘역 옆 부엉이바위 아래에서 엄수된다.

추도식에는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 등 유족과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등 각 정당 대표,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 참여정부 주요 인사,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그리고 지방선거에 출마한 광역단체장 후보인 한명숙 , 유시민, 안희정, 김두관 후보 등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추도식은 방송인 김제동 씨의 진행으로, 5.18 공식 추모식에서 빠져 화제가 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연주로 시작된다. 추모영상 상영과 추모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도종환 시인이 추도사를 한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1만 5천여명의 시민들이 기부해 조성한 박석 및 묘역 헌정사를 하고 유족 대표 인사, 주요 박석문구 낭독, 마지막 박석 깔기 의식 등의 순으로 이어진다.

이어 시민 100명이 고인의 서거일을 상징하는 523마리의 나비를 묘역에서 날리는 의식과 유족 및 내빈들의 묘역 참배 순으로 추도식은 마치게 된다.

특히, 묘역 개방에 앞서 열리는 마지막 박석깔기는 시민들에 의해 마무리가 되는데 3대가 함께 박석을 기부한 가족과 봉하마을 및 노 전 대통령에게 오리농법을 전수한 주형로씨, 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원창희씨 등이 4개의 박석을 묘역에 놓게 된다.

추도식에 앞서 오전 11시부터는 노 전 대통령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민주올레' 걷기 행사가 열린다.

고인의 모교인 대창초등학교를 출발해 철둑길, 화포천변, 봉하오리쌀 재배지를 지나 봉하마을 추도식장까지 5km 구간을 걷게 된다.

또, 이날 오전 11시 노 전 대통령의 49재를 올렸던 봉화산 정토원에서는 서거 1주기 추모법회가 열리며 법타스님과 송기인 신부가 각각 추도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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