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략)환율 1500원에 대한 접근법

  • 등록 2008-11-21 오전 8:17:52

    수정 2008-11-21 오전 8:17:52

[이데일리 정원석기자] 한동안 잊고 지냈던 환율이 다시 영형력을 발휘했다. 달러-원 환율 1500원 돌파가 채권시장에 다시 `오후2시 징크스`를 자극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국채선물 반빅(50틱)에 가까운 상승세를 나타냈던 시장은 방향을 돌려 한꺼번에 20틱 넘게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한미 통화스왑 약발이 다했다”는 진단까지 내리고 있다. 300억달러의 한미 통화스왑계약 체결이 최소한 환율 불안에 대한 공포에서는 벗어나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무산된 데 따른 허망함의 표현이다.

그만큼 1500원대 환율이 주는 충격이 크다는 것이다. 천정이라고 여겨졌던 레벨이 뚫릴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또 다른 쏠림을 낳게 된다. 벌써부터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1500이 뚫릴 경우 그 다음은 얼마..”라는 식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환율 폭등의 재연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기조를 가로 막는 것으로 인식된다. 환율이 천정부지로 뛰며 통화가치 하락이 가속화되는 마당에 정책금리 인하를 통해 이를 부채질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일 중앙은행은 많지 않다.

덴마크 등의 국가들은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정책금리를 인상하기도 했다. 최소한 국내에 유입된 외국자본의 유출 속도를 늦추는 식으로 글로벌 디레버러징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환율폭등이 시스템 리스크의 확대로 비춰지는 점도 부담이다.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가 근본적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 유동성 축소 흐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것. 글로벌 IB들의 자본 축소가 우리나라 같은 이머징 마켓에서의 이탈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지만, 왜 유달리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대규모 자본 유출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우리 내부의 문제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이 시스템리스크를 크게 보이게 만드는 요인이 아닌지도 되짚어봐야 한다.

최근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건설사 구조조정에 대한 미온적인 자세가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 경제에서 가장 리스크가 큰 부문으로 지목되고 있는 건설부문의 잠재부실을 덮어두겠다는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오락가락하는 스탠스도 문제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어제 뉴욕에서 "예전에 쓰던 낫과 망치를 준비하고 있다"며 은행권 구조조정을 시사했다. "은행이 지난 수년간 지나치게 (외형)확장에만 치중했다. 대출재원이 빠져나가는 것을 간과한 채 펀드 판매에만 열을 올렸다"는 비판도 겻들였다.

하지만, 이런 발언은 지난달 한은에게 은행채 매입을 요구하며 "이 정책의 목표는 금리를 낮춰 선순환을 유도하는 것이며, 우리나라 은행엔 문제가 없다"고 한 금융위측 설명과는 차이가 있다.

한동안 환율을 잊고 지낸 것은 곧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이미 천정을 쳤다는 인식에 뒷받침 받았다. 환율 1500원은 이런 믿음이 깨졌다는 걸 의미한다. 채권시장은 또 다른 난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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