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청송=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언니·오빠들과 글램핑 활동 장기자랑으로 연극을 준비했던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마냥 챙김만 받았는데 맏이가 되니 동생들을 챙겨야 해 힘들긴 해도 뿌듯해요.”
경북 청송에 위치한 파천초는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활기찬 교육 현장을 자랑한다. ‘꿈소슬(꿈·소통·슬기) 6남매’ 활동과 ‘내가 만드는 과목’ 등 학생 중심의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통해 전교생 50여명의 작은 학교가 지역 내에서 선호도 높은 학교로 자리 잡았다.
파천초의 대표 프로그램인 꿈소슬 6남매는 서로 다른 학년 학생들이 한가족이 돼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는 과정이다. 교사가 가장을 맡고 학생들은 서로를 ‘형’, ‘언니’, ‘동생’으로 부르며 실제 가족처럼 지낸다. 매년 입학식 날이면 새로운 6남매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6남매 결연식을 통해 5·6학년 학생은 맏이가 되고 1·2학년은 막내가 돼 한 가족을 이룬다. 이렇게 맺어진 가족은 1년간 다양한 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공동체 의식을 길러간다.
|
배소라 파천초 교무부장은 “처음에는 고학년들이 저학년을 챙기는 게 귀찮을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면서도 “아이들이 리더십도 기르고 언니·형으로서의 역할을 경험하면서 오히려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6학년 담임을 맡은 이민영 교사는 “6남매 활동에서 교사의 역할보다 고학년 학생들의 역할이 더 크다.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동생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책임감과 배려심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학교 문화는 단체 활동에서도 빛을 발한다. 일반적으로 저학년 학생들은 1박 이상의 숙박 행사에 참여하기 어렵지만 파천초는 6남매 프로그램 덕분에 전교생이 함께하는 활동이 가능하다. 교사들의 걱정과 달리 저학년 학생들은 ‘언니, 오빠’들을 의지하며 적응하게 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학교폭력 예방 효과다. 이 교사는 “파천초에서는 전교생이 서로의 이름을 다 알고 있다”며 “함께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배려하고 양보하는 문화가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
‘우리가 만드는 과목’은 파천초의 또 다른 특징이다. 교사가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는 일방적인 수업이 아닌 학생들이 배움의 주체가 돼 학습 주제를 결정하고 과정까지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교육 활동이다. 매년 가을·겨울학기를 이용해 1~2학년은 학급 단위로, 3~4학년은 팀 단위로 교육 활동을 한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제안한 주제를 바탕으로 수업을 구성하고 수업 진행을 돕는다. 4학년 담임 윤민우 교사는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며 “이번 학기에도 최대한 학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수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작년에 별자리를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던 한 학생은 “우리가 배우고 싶은 걸 배우다 보니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직접 산에 올라가 별자리를 관찰했는데 수업 참여가 이렇게 즐거울 지 몰랐다”라고 말했다.
|
폐교 위기서 ‘선호 학교’로 변모
폐교 위기에 놓였던 파천초는 특색 있는 교육과정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꿈소슬 6남매’와 ‘우리가 만드는 과목’ 등 학생 중심 프로그램을 통해 2021년 35명이던 학생 수는 2024년 2학기 43명으로 늘었다. 특히 전교생의 3분의 2가 차로 30~40분 거리인 청송읍·진보면에서 통학할 정도로 선호도 높은 학교가 됐다. 장경미 교감은 “학교 분위기·철학에 만족한 학부모들이 먼 곳에서도 자녀를 일부러 파천초에 입학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천초에 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김영미(42)씨는 “파천초에서의 좋은 기억 때문에 경주로 이사를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며 “집에서는 첫째인 아이가 학교에서는 6남매 활동을 하면서 때로는 막내도 되고 맏이도 되면서 사회성을 키우고 있다”고 만족했다.
이번 학기에 파천초에 부임한 김시년 교장은 다양한 체험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 좋은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좋은 습관이 아이들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를 위해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 활동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