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헌법재판소가 29일 아시아 최초로 ‘기후 헌법소원’에 대한 판결을 내린다. 이번 판결은 국가의 기후정책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에 대한 첫 법적 판단으로 그 결과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헌법재판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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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시민단체, 청소년, 영유아 등이 제기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등에 대한 위헌확인 소송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2020년 3월 청소년 환경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이 첫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후, 시민과 영유아를 포함해 총 255명이 참여한 4건의 소송이 병합 심리돼왔다. 청구인들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하며 이로 인해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기본권과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현행 계획이 2030년까지만 설계돼있어 그 이후의 구체적 감축 목표를 결여하고 있으며, 이는 미래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는 헌재 변론 과정에서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감축 이행에 노력하고 있으며, 급격한 감축은 오히려 현세대의 삶의 질을 위협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최근 유사한 해외 사례에선 시민들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국제적 추세다. 앞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21년 정부의 기후법이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해 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연방헌법재판소는 “감축 목표를 상향하고 시기별 감축 부담을 적절하게 배분하기 위한 경로 설정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미국, 유럽인권재판소, 네덜란드 등에서도 각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불충분하다는 취지의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몬태나주 법원은 지난해 8월 청소년들의 환경권이 있으며 정부가 이를 지킬 책임이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지난 4월 스위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지 않아 노인·여성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배상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한편 헌재가 청구인들의 주장을 인용할 경우 정부와 국회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보다 구체적인 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각 결정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이번 소송을 계기로 기후변화 대응의 시급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