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돈 '단기자금'에 눈덩이…CD·CP금리 연일 하락

MMF 설정액 206조원…이달에만 17조 늘어
안갯속 美 금리 방향에 단기대기자금만 급증
CD금리, 3.57%로 뚝…CP, 작년 10월 이후 최저치
"단기자금시장, 폭증…순식간에 시장에 몰려"
  • 등록 2024-04-10 오전 7:30:00

    수정 2024-04-10 오전 7:30:00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단기 대기자금 대열에 합류하는 투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0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양도성예금증서(CD)의 주요 매수처인 머니마켓펀드(MMF)에 몰리며 CD금리는 연일 하락세다. 은행에서는 단기 투자 상품인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이, 증시에서는 ‘파킹형 사장지수펀드(ETF)’가 몸집을 불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갈 곳을 잃은 이들 단기 대기자금이 미국의 금리 인하와 같은 모멘텀이 나타나면 주식·가상자산 등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MMF 설정액은 206조527억원으로 집계됐다. 4거래일 연속 200조원을 넘어섰고, 이달에만 17조원이 늘었다. MMF는 CD나 기업어음(CP) 등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상품이다.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데다, 하루만 돈을 맡겨도 수익(이자)을 얻을 수 있어 대표적인 단기 금융상품으로 꼽힌다.

파킹형 ETF 역시 매일 이자를 받을 수 있고 환매가 쉽다는 특징을 앞세워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금리투자KIS(CD-파생형)’ 상품에는 최근 일주일에만 4473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히어로즈CD금리액티브’도 일주일간 485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MMF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MMDA 잔액은 지난달 말 127조8522억원으로, 전월 대비 19조원4318억원 증가했다.

미국의 금리 방향에 대한 불안감이 단기 대기자금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말부터 미국 경제가 순항하고 고용 시장까지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지표가 확인되며 6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사실상 사그라지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여유자금이 단기 대기자금에 몰리는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른 CD 금리 하락 등 영향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2월 말 3.70%대를 기록했던 CD 91일물 고시 금리는 지난달 말 3.64%까지 내려왔고 이날 3.57%에 마감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단기자금시장 자금이 너무 많고 거래도 엄청나게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CD가 강하게 발행되고 있다”면서 “예상보다 더 많은 자금이 순식간에 시장으로 모여들었다”고 진단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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