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송파동 성지아파트는 3~4월 중 리모델링을 통해 늘어나는 29가구를 일반분양한다. 1992년 지어진 성지아파트는 국내 첫 수직증축 리모델링(꼭대기 층에 2~3층을 더 올리는 방식) 단지다. 리모델링이 끝나면 현지 298가구인 성지아파트는 327가구로 늘어난다. 최고 층수도 15층에서 18층으로 높아진다.
성지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일반 분양가로 3.3㎡당 6500만원을 책정했다. 일반분양으로 공급되는 전용 103㎡형 기준으로 분양가가 25억~2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분양된 아파트(도시형 생활주택 제외) 중 가장 비싼 분양가다. 기존 분양가 1위였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3.3㎡당 5273만원)’와 비교해도 20% 가까이 비싸다.
성지아파트가 이런 분양가를 받을 수 있는 건 이 아파트가 29가구만 분양하기 때문이다. 현행 법규상 30가구 이상 분양하는 공동주택은 분양가 상한제(택지비·건축비 원가에서 일정 범위 이상 이윤을 붙여 분양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HUG가 설정한 분양가 상한을 수용하지 않으면 분양에 필요한 보증을 내주지 않는 제도)를 받아야 한다. 뒤집어 생각하면 30가구 밑으로 분양하면 이들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성지아파트는 이 빈틈을 노렸다.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던 초창기만 해도 조합은 42가구 증축을 계획했으나 이를 29가구로 줄였다. 가구 수를 줄이더라도 분양가를 마음대로 받는 게 더 이득이라는 판단에서다. 수직증축을 하면 수평증축(기존 건물에 새 건물을 덧대 옆으로 확장하는 방식)보다 더 가구 수를 많이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사업성을 위해 이를 포기한 셈이다.
“주변 개발 호재…나쁜 분양가 아냐” vs. “다른 강남 지역 아파트 구입 가능”
29가구 분양이 청약자에게 나쁜 선택만은 아니다. 30가구 미만으로 분양하면 청약 방식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성지아파트의 경우 일반분양 당첨자를 추첨으로만 정할 계획이다. 전매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청약 가점이 낮은 유주택자나 1인 가구, 2030세대 혹은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로선 29가구 분양 아파트가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 아남아파트의 경우 이런 장점 덕에 낮지 않은 분양가에도 7만5382명이 몰리면서 청약 경쟁률이 2797대 1까지 올랐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리모델링 단지라 규모는 조금 작지만 잠실 일대 개발이라든지 주변 재건축 같은 호재를 봤을 때 청약자 입장에서 나쁜 분양가는 아니”라고 했다. 반면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강남권 새 아파트다보니 당첨이 되면 좋겠지만 저 정도 분양가면 규모를 줄여 다른 강남 지역에서도 기존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다”며 “청약자가 어떤 점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청약 성적이 정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