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표 7번을 받은 이모(26)씨는 “여자 친구에게 줄 깜짝 선물을 사기 위해 오늘 연차를 냈다”며 “앞으로 30분간 대기를 해야 하는데 청담 매장은 규모도 훨씬 크고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허탈하게 발을 돌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가 이날 구매하려는 제품은 까르띠에의 ‘탱크 솔로’ 금장 시계로 가격은 500만원대를 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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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가 청담동을 찾는 이유는 쇼핑의 ‘쾌적함’ 때문이다. 청담 명품 거리에는 샤넬·루이비통·구찌·디올 등 클래식한 명품 브랜드는 물론 일반 백화점에서 볼 수 없는 크롬하츠·사카이 등 핫한 신명품 브랜드의 모든 상품 라인이 한 공간에 모여 있다. 각각의 명품 브랜드의 가치와 스토리를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도록 구성한 고급스러운 공간에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리셀러가 점령한 백화점 대비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고 여러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장점에 2030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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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함께 쇼핑을 나온 유미현(34)씨는 “요새 사람 많은 장소는 웬만하면 피하는데 청담동은 붐비지 않아서 좋다”며 “예전엔 해외 여행을 다니면서 면세 쇼핑도 자주 즐기고 했지만 코로나로 쇼핑에 여러 제약이 있다 보니 확실히 국내에서 소비를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10꼬르소꼬모 전체 매출 중 MZ세대 매출은 전년 대비 38%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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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청담동에 위치한 브루넬로 쿠치넬리·사카이·크롬하츠·셀린느·아크네스튜디오·알렉산더왕·폰타나밀라노·에르노·엠포리오 아르마니 등 지난해 9대 명품 전문점의 MZ 세대 매출 비중은 65.3%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41%) 대비 24.3% 증가했다. 브랜드별로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모든 브랜드의 MZ 세대 매출이 상승했다.
청담동이 MZ 세대에 호응을 얻으면서 상권도 한층 나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청담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6.9%로 전분기(18.3%) 대비 1.4%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명동의 공실률은 47.2%로 전분기(37.3%) 대비 9.9%포인트 오른 것과는 상반되는 수치다.
한 명품 전문점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출입 관리를 하다 보니 실제 2030 세대의 방문과 구매가 코로나19 이전 대비 늘어난 걸 수치상으로 체감할 수 있다”며 “젊은 인파가 몰리면서 매장에 들여오는 브랜드나 상품의 배치 등도 이들을 고려해 한층 더 젊고 감각적이고 세련되게 꾸미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