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민간재개발 활성화 6대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공공재개발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곳들도 이미 임대주택 비율과 적정이익 보장 등의 문제로 주민들간 이해관계가 복잡한 상황이다. 여기에 민간재개발이란 선택지가 생기면서 아예 사업방식을 바꾸자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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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이익 30%라는 정부말 못믿어”
하지만 전폭적인 지지여론은 보이지 않는다. 분양가가 확정되지 않아 조합원들의 적정이익이 보장될지 알 수 없는데다 민간 재개발보다 높은 임대주택 공급 등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민간 재개발 문턱이 낮아진 만큼 수익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실제 공공재개발을 이끄는 조합에서도 확정 일반분양가를 예측하지 못해 조합원을 설득할 카드가 부실하다고 하소연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심사로 분양가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HUG는 고분양가 관리 지역에서 분양가를 분양아파트 주변 500m 안에 있는 아파트 시세의 90%까지(서울 일부 및 세종시 최대 85%)로 제한하고 있지만, 세부 규정은 밝히지 않고 있다.
높은 임대주택 비율도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공공임대주택이 ‘전체 가구수’의 20%로 정해지면서 가구당 면적이 좁고 가구 수만 많은 이른바 ‘닭장 아파트’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유다. 국토교통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등을 개정해 공공재개발시 전체 가구 수의 20%(서울), 또는 10%(서울 외 지역) 이상을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도록 했다.
장위9구역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공공임대주택을 전체 가구 수의 20%로 정하는 것은 임대촌을 만들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아파트 면적과 관계없이 가구 수를 맞추면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선 공급면적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는데, 결국 1~2인 가구에만 어울리는 원룸 아파트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이유다. 후보지 대부분이 상가를 품은 역세권이어서 상가 소유주들은 주택분양보다 적정 보상이나 동일 상가 분양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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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재개발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공공재개발의 속도를 늦추고 집값만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는 주거정비지수를 폐지하면서 노후도 등 재개발 사업의 법적요건을 충족하는 대상지가 이전보다 4배 넘게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매년 공모를 통해 25곳의 후보지를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재개발 사업 추진의 문턱이 낮아진데다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민간재개발 활성화에 나서면서 공공 주도 재개발을 선택한 지역들 중에서도 개발 방식을 둘러싸고 주민간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자칫 서울 중저가 주택시장의 가격 불안만 가중시키고 신규 주택 공급에 차질을 빚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공공재개발을 노렸던 다수의 후보지들은 민간재개발 수익성 검토도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한남1구역, 고덕2-1·2-2구역, 성북4구역 등 최근 정부 주도 공공 재개발에 관심을 보이다가 주민 반대로 무산된 곳이 이번 규제 완화를 가장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결국 사업이 지연되는 재개발 지역을 보면 결국 분담금이나 이해관계를 놓고 조합이나 주민간 갈등이 불거지는 곳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새롭게 구역을 지정하는 것보다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 사업이 차질없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속도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