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못 믿을 공시가…증세만 있고 신뢰는 없다

  • 등록 2020-11-02 오전 5:00:00

    수정 2020-11-02 오전 5:00:00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우리 집이 윗집보다 1억 싼데 공시가격은 더 비싸다.”

올해 초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 직후 이 같은 이의 신청이 잇따랐다. ‘고무줄 공시가’ 논란은 공시가격 발표 때 마다 있어왔다. 작년 4월에는 공시가격 이의신청을 받은 결과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고가의 주상복합아파트인 ‘갤러리아포레’ 전체 230가구의 공시가격이 정정되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다. 층이 올라가고 향이 다르면 공시가격도 차이를 보여야 하는데 이 아파트는 같은 라인의 전용 241㎡가 12층부터 43층까지 모두 37억7600만원으로 같았다. ‘갤러리아포레’ 전체 가구 공시가격 정정은 공시가 산정의 ‘총체적 부실’이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었다.

이후 정부는 같은 해 12월 ‘공시가 신뢰 제고방안’을 내놨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를 추진하면서 정확성과 투명성 제고를 통해 공시제도의 신뢰성을 강화한다는 게 기본방향이었다.

그러나 이번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발표에선 신뢰성 제고방안이 쏙 빠졌다. 온통 현실화율을 시세의 9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뿐이다. 증세만을 위한 공시가 개편안을 내놨다고 볼멘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부가적으로 1주택자에 한해 재산세 감면 혜택이 추가로 주어졌지만 공정성과 신뢰성 개선없이 당근만 던진 셈이다.

공시가격 현실화도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우선순위가 있다. 국민이 먼저 믿을 수 있는 가격을 내놔야 한다.

감사원도 올해 5월 ‘부동산 가격공시제도 운용실태’ 감사결과에서 공시지가 표본이 적다는 점과 개별공시지가 누락 문제 등 신뢰성 문제를 지적했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주택 유형별, 지역별, 가격별로 차이를 보이는 공시가격 시세 현실화율의 형평성을 개선하고 다가구, 단독주택은 표준지를 늘려 비준표(토지가 산정을 위해 사용되는 표)으로 개별 공시가격 산정 시 주관적 재량범위를 축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공시가격 산정과 발표자료를 검증할 수 있도록 관련 기초자료와 산정방식, 가격대별 현실화 수준 등 공시관련 정보 공개도 동반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정부의 공시가 개선방안은 증세확대만 있고, 신뢰성은 빠져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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