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유니콘]①올들어 유니콘 전무…獨이어 6위 '하락'

올 들어 신규 유니콘 기업 42개 중 韓기업 한곳도 없어
유니콘 기업 보유국 韓10개로 獨13개에 밀려 5→6위
수년간 증가해온 유니콘 기업, 올해 하락세 전환 유력
"일반지주사 CVC 등 자국 내 투자 가능한 여건 조성해야"
  • 등록 2020-07-21 오전 5:30:00

    수정 2020-07-21 오전 5:30:00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에이프로젠은 KAIST 교수 김재섭 대표가 이끄는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와 함께 바이오신약 개발에 주력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인정 받으며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에이프로젠은 이후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국내 마지막 유니콘 기업으로 남아 있다.

한국에서 신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이 사라졌다. 올해 들어 20일 현재까지 유니콘 기업에 추가로 등록한 사례가 한 건도 없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최근 몇 년간 유니콘 기업 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벤처업계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현 추세라면 올해 유니콘 기업 수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 유력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규로 등록한 유니콘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영국, 인도 등에 이어 5위였던 글로벌 유니콘 기업 보유국 순위에서도 독일에 밀려 6위로 한 단계 내려앉았다. 올해 들어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신규 유니콘 기업은 활발하게 나왔다. 전 세계 총 475개 유니콘 기업 가운데 올 한해 추가된 업체만 44개(9.3%)에 달했다. 특히 신규 업체 가운데 미국이 29개(65.9%)나 배출하며 유니콘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이어갔다. 중국(3개)과 영국(3개), 인도(2개) 등에서도 2개 이상 유니콘 기업이 나왔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는 “미국과 중국 등은 벤처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자국 내에서 이뤄진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 간 왕래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국 내 투자 유치를 통해 유니콘 기업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한국은 자국 내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 올해 유니콘 기업이 추가로 나오지 못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국내에서 유니콘 기업이 다시 활발히 나오기 위해서는 일반지주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설립 허용 등을 통해 대기업이 유망한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전 중소기업학회장)는 “국내에 규모 있는 벤처 투자를 위해 일반지주사 CVC 허용 등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창업에서 투자, 회수, 재투자로 이어지는 벤처생태계 선순환구조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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