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마스크 100만장에 담긴 보훈의 마음

윤지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 등록 2020-06-05 오전 5:00:00

    수정 2020-06-05 오전 5:00:00

최근 언론에서 6.25 전쟁 22개 유엔참전국(전투지원 16개국과 의료지원 6개국) 용사들에 대한 대한민국의 감사와 감동적인 말이 자주 언급됐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자유 대한민국을 위한 값진 희생과 공헌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마련된 ‘KF94 마스크’는 세계 곳곳의 참전용사들에게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영국의 한 언론에는 ‘첼시왕립보훈병원에는 여러 전쟁과 전투에 참여한 참전용사들이 있지만 꾸준히 기회가 될 때마다 찾아와 감사를 전하는 국가는 한국뿐’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버트 윌키 미 보훈부 장관은 “마스크는 70년 전 전쟁과 위기의 시기에 굳힌 양국 간 서로에 대한 깊고 계속되는 존중을 상징하며, 불확실한 시기에 이처럼 가까운 동맹이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은 “한국이 지원하는 마스크는 한미동맹과 미국 참전용사들의 노고와 희생을 결코 잊지 않은 한국 국민들의 감사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밖에 남미의 유일한 참전국 콜롬비아와 남아공 등 여타 참전국에서도 한국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정부는 해마다 유엔참전용사들과 가족들의 한국 초청과 다양한 행사를 통해 소중한 인연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올해는 코로나19의 전 세계 감염 여파로 계획했던 기념행사가 어렵게 됐다. 6.25 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는 비전통적 안보위협인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힘든 시기이지만, 22개 유엔참전국의 참전용사들에게 ‘70년 전 받은 은혜에 대한 보답’이라는 의미를 담아 마스크 전달을 결정했다. 일단 국내 상황을 고려해서 대부분 평균 88세 고령의 유엔참전용사들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에 50만 장과 벨기에, 영국, 태국,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등 21개국에 50만 장을 포함해 100만 장이 전달됐다.

3년 1개월 간 지속된 참혹했던 6.25 전쟁에서 든든한 지원군이자 머나먼 이국땅에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유엔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비록 코로나19로 6.25 전쟁 70주년을 기억하기 위한 대대적인 행사를 열 수 없지만, 한반도 평화와 국가안보 의식을 고취하고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보훈처는 ‘함께 이겨낸 역사, 오늘 이어갑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추모·기억, 예우·감사, 국민통합’이라는 주제로 제한적이지만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 세계 유엔참전용사들에게 마스크 전달에 이어 지난 5월 14일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을 널리 알리고, 대국민 공감과 참여를 통한 소통의 장을 확대하기 위해 ‘국민 서포터즈 발대식’도 열었다. 전국 고교생 및 대학생, 일반인, 외국인 등 총 70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올해 12월말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6일 제65회 현충일 추념식을 시작으로 7일 전쟁기념관에서는 400여명 규모로 ‘봉오동 전투 전승 100주년’ 기념식과 25일에는 6.25 전쟁 제70주년 행사가 전국적으로 개최된다. 아울러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헌신에 보답하는 ‘감사·예우’ 행사도 이어진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작해 큰 관심과 호응을 끌었던 국가유공자의 명예와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국가유공자의 집 명패 달아드리기’ 행사도 계속된다. 내년까지 약 35만 명의 명패를 달아드릴 예정이라고 하니 우리 이웃에서 자연스럽게 국가유공자의 집에 걸려있는 명패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어느 덧 6.25 전쟁의 포성이 멈춘 지 70년이 지났다. 가슴 아픈 과거의 역사와 숭고한 희생에 대해 젊은 세대에게 충실하게 교육하고 대한민국의 존립과 주권 수호를 위해 희생과 헌신했던 국내외 참전용사들을 기억하고 호국의지를 계승하고 실천하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참전유공자들의 명예수당 인상, 생계가 곤란한 유가족들 대상 참전유공자 장례비 지원, 병원 진료비 대폭 확대 등 내실 있는 보훈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코로나19 여파로 우리의 일상에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안보의 초석이자 국민통합의 구심점인 보훈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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