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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김 모(51)씨는 최근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정부 정책자금 신청을 위해 서울신용보증재단 마포지점을 찾았다. 그러나 보증심사 후 대출을 받으려면 4월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는 직원의 답변을 듣고는 망연자실했다. 김씨는 “단체손님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는 바람에 매출은 반토막 나고 직원 월급도 못 줄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이자를 싸게 빌려준다기에 방문했는데, 이렇게 밀린 사람이 많아서 나까지 대출이 될지 모르겠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정부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대규모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책자금 신청이 급증하면서 실제 대출을 받기까지는 최소 한 달 이상 걸리는 데다, 신용등급이 낮고 담보력이 부족한 소상공인들은 대출이 거절되는 등 문턱도 만만치 않게 높기 때문이다.
13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에 따르면 1조42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긴급경영애로자금에는 접수를 시작한지 한 달 만에 6만8833건, 3조5977억원의 대출 신청이 몰렸다. 그러나 실제 대출(10일 기준)은 3726건에 1648억원에 그쳐 집행률은 4.6%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출 문턱도 영세 소상공인에게는 낮지 않은 편이다. 금융기관에 채무를 연체 중이거나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등 다중 채무를 보유한 이들은 대출이 제한된다. 소진공 관계자는 “담보력이 부족하고 신용등급이 낮은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정책자금을 많이 찾지만, 지방세 체납이나 신용회복 절차를 밟고 있는 경우 대출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시중은행에 보증심사권을 줘 정책자금 집행에 속도를 내고, 급한 소액 대출이 필요한 소상공인들을 위해서는 미소금융이나 햇살론 등 서민금융에 정부 출자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기부는 상인들이 신용보증재단을 거치지 않고 은행에서 보증과 대출을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위탁보증’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곧 발표한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정부는 정책자금 공급 확대와 더불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비용을 낮춰 실질적으로 생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며 “생계형 자영업자를 선별해 보조금 같은 형태의 직접 지원책도 함께 고려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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