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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에이치엘비(028300)의 주가 급등으로 큰 손실을 봤던 공매도 세력이 또 한번 위기에 놓였다.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많은 톱3 종목의 주가가 나란히 고공 행진을 펼치고 있어서다. 주가가 지속 상승할 경우 에이치엘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매도 투자자는 손실 폭을 제한하기 위해 매수(숏커버)에 나서야 한다. 이 경우 주가 상승세에 더욱 탄력이 붙는 이른바 숏스퀴즈 현상이 재현될 지 주목된다. 숏스퀴즈 현상은 숏커버로 인해 실물이 품귀현상을 보여 가격급등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공매도 1~3위, 외국계 매수에 주가 ‘파죽지세’
3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주가는 전일 대비 0.87% 하락한 39만7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6거래일 연속 상승 랠리 이후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을 보였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을 오가고 있지만 이 회사 주가는 이달 들어 29.1% 급등하는 등 파죽지세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서며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누적 공매도 규모가 8487억원에 달해 전체 상장사 가운데 2위에 올라 있다. 지난달만 해도 공매도가 하루 200억원을 종종 넘나들었지만 이달 들어 규모가 크게 줄었다. 작년 초 5%대에서 지난달 9%대까지 올랐던 대차잔고비율도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
삼성전기(009150)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달 15.6% 상승한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11.2% 오르며 연중 고점에 근접했다. 외국인의 대량 매수가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 삼성전기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비슷하게 공매도 규모가 80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숏스퀴즈 재현 가능성…외국계 수급에 ‘주목’
공매도 1~3위 기업이 나란히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보이자 숏스퀴즈의 재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최근 에이치엘비 주가가 대규모 숏커버(공매도한 주식을 되사는 것)와 함께 한 달 만에 4배 이상 치솟은 바 있다.
이렇자 금융투자업계는 유가증권시장 3사의 외국계 매수에 주목하고 있다. 에이치엘비와 마찬가지로 이들 기업 역시 외국인이 대규모 공매도를 실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의 경우 공매도 대량 보유자에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모간스탠리 등 외국계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메릴린치, 모간스탠리, 크레디트 스위스 등이 대규모의 공매도를 친 상황이다. 삼성전기도 골드만삭스, 맥쿼리, 메릴린치가 주로 공매도를 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외국계의 강력한 매수세가 유입되자 숏커버 성격의 매수 물량이 포함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주가 상승과 함께 공매도 잔고 감소가 수반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이달 초 9370억원에 달했던 공매도 잔고가 8014억원까지 줄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도 8689억원까지 올랐던 공매도 규모가 8487억원으로 감소했다.
김재훈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대차잔고가 많은 종목은 종목은 주가 상승 시 숏커버가 들어올 여지가 충분히 있다”며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해져 있는 룰대로 해야 하기 때문에 공매도 이후 주가 상승 시 로스컷을 통해 포지션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