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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4분기 국내 상장사 실적 발표가 7부 능선을 넘은 가운데 증권사들이 기업에 대한 재평가에 나섰다. 예상에 못 미치는 성적표에 목표주가 하향조정이 잇따르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게임주가 대표적으로 증권사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업종이다. 반면 반도체·면세점·아이폰부품 관련주들에 대한 눈높이는 낮아졌다.
‘中 판호 발급 개재’ 게임주 눈높이↑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종목 중 셀트리온(068270)을 제외한 9종목이 모두 실적을 발표했다. 이 외에도 LG생활건강(051900) SK텔레콤(017670) 등 굵직굵직한 기업도 상당수 4분기 실적 발표를 끝냈다.
이번 어닝시즌은 초반부터 삼성전자 등 대형주들이 증권가들의 이익 컨센서스를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해도 실적이 좋았던 기업들이 미·중 무역분쟁, 중국 경기둔화 등의 악재를 겪고 4분기 급격히 실적이 악화한 탓이다.
한 달간 목표주가가 오른 상장사는 총 102곳이다. 증권사들은 먼저 게임주에 대한 눈높이를 한껏 올렸다. 중국정부의 판호(판매허가) 발급이 재개됐다는 소식이 들려온 영향이다. 중국시장에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중국정부로부터 판호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담당 부서인 중앙선전부는 지난해 초 한국을 포함한 외산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중단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말 중국중앙선전부 출판국 부국장은 일부 게임에 대한 심사가 완료됐고 다른 게임에 대해서도 판호 발급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면서 게임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위메이드(112040)는 1월 동안 증권사들의 목표주가가 총 35.77%나 올랐고, 웹젠(069080) 역시 11.71%나 올랐다.
반도체 관련·애플부품주 ‘털썩’…면세점주 기대치도↓
그러나 눈높이가 높아진 종목보단 낮아진 종목이 훨씬 많았다. 적정주가가 바뀐 246개 기업 중 144곳의 목표주가가 내렸다. 웬만해선 목표주가를 내리지 않는 증권사가 이만큼이나 눈높이를 낮춘 건, 그만큼 향후 전망이 좋지 않은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인해 아이폰 부품 관련 업체들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졌다. 삼성전기(009150)는 1월 한 달 동안 목표주가가 16.38% 낮아졌고, LG이노텍(011070)은 15.35% 떨어졌다. 두 회사는 디스플레이·적층세라믹콘덴서(MLCC)·카메라모듈·회로기판 등의 부품을 애플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LG이노텍의 경우 애플 매출 비중이 전체의 약 50%에 육박한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에 대해 “통상 북미 주요 거래선 스마트폰 판매가 둔화되는 상반기가 비수기구간”이라며 “1분기 실적도 부진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 수요 둔화로 인해 면세점주에 대한 실망도 엿보였다. 올해부터 중국이 새 전자상거래법을 도입해 보따리상(따이공·代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제까지 면세점에서 싸게 산 물건을 중국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저렴하게 판매해 수익을 남겼던 보따리상들은 올해부턴 사업자등록을 하고 세금도 내야 한다. 중간 마진이 줄어 보따리상들이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던 이유다.
이때문에 1월 한 달 동안 호텔신라(008770)는 12.69%, 신세계(004170)는 5.75% 목표주가가 낮아졌다. 박종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둔화와 전자상거래법과 관련한 수요 둔화를 감안해 보수적인 접근이 불가피 하다”며 목표주가를 10만 8000원에서 9만 1000원으로 하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