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는 잊어라..박재식·위성백 '예보료 전쟁'

박 "내리겠다" vs 위 "시기 상조"
나란히 기재부 국고국장 지내
박 회장이 행시 여섯기수 선배
박, 오늘 예보료 업무보고 받아
  • 등록 2019-01-23 오전 6:00:00

    수정 2019-01-23 오전 6:00:00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취임 일성으로 예금보험료 인하를 천명한 박재식(61·사진 왼쪽) 저축은행중앙회장과 이를 반대하는 위성백(59·사진 오른쪽) 예금보험공사 사장의 맞대결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을 지낸 선후배 관계인 박 회장과 위 사장 모두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앞으로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취임한 박 회장은 이르면 23일 중앙회 주요 본부부서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다. 총 4개 본부 가운데 예보료 업무를 다루는 경영지원본부가 1순위다. 박 회장은 21일 기자들과 만나서도 “타 업권 대비 높은 예보료는 저축은행이 가장 아파하는 문제로 쉽지 않겠지만 제일 먼저 추진해 성과를 내려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예보료에 대해 “저금리 기조 하에서 저축은행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한다”고도 말했다.

저축은행의 예보료율은 예금 잔액의 0.40%로 은행(0.08%), 보험사·금융투자사·종합금융사(0.15%)보다 2.7~5배 높다. 예보료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을 취급하는 금융사가 경영 부실 등으로 예금을 상환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면 예금자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예보에 쌓는 돈이다. 실제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자체계정과 특별계정을 통틀어 예보기금 총 31조7000억원이 투입됐으며 이중 15조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 예보는 저축은행의 예보료 인하 주장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예보는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지만 당장 내릴 수준을 아니다”며 “저축은행 외 다른 금융사가 낸 예보료에서 45%를 떼 특별계정에 넣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일축했다.

특히 위 사장은 지난달 열린 출입기자단 송년워크숍에서 “차등평가제를 통해 금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유도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고금리대출을 많이 취급하는 저축은행은 사회적 가치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보료가 내려가기는커녕 되레 올라가는 저축은행이 다수 배출될 수 있는 셈이다.

예보료를 둘러싸고 박 회장과 위 사장의 입장이 엇갈리자 두 사람의 관계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차례로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정통 관료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둘은 재무부 시절부터 기재부에 이르기까지 줄곧 한솥밥을 먹었으나 기재부 국고국장 경력 외에는 눈에 띄는 연결고리는 없다. 국고국은 △국고 관리·운영 정책총괄 △국채정책 수립·총괄 △국유재산 정책수립·총괄 △정부 출자정책 수립·집행 총괄 등 업무를 한다.

그럼에도 저축은행 대표들은 공무원 사회가 엄격한 위계질서에 의해 움직이는 점을 염두에 두고 박 회장에게 큰 기대를 거는 눈치다. 행시 기수로는 박 회장(26기)이 위 사장(32기)보다 여섯 기수 위다. 박 회장이 재학 중 소년 급제한 터라 나이 차보다 기수 차가 다소 벌어졌다.

한 저축은행 대표는 “중앙회장 선출 과정에 일부 잡음이 있었으나 흥행도 실리도 챙겼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물론 신중론도 있다. 다른 저축은행 대표는 “예보, 금융위, 청와대뿐만 아니라 타 업권 눈치도 살펴야 하는 예민한 문제를 섣부르게 키웠다”고 우려했다.

이 말마따나 저축은행의 예보료 인하 추진을 타 업권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이 예보료 인하라는 숙원을 이룬다면 보험사도 예보료 인하를 추진할 개연성이 크다.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은 최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예보료 산출 기준을 보면 논리적으로 합리성과 타당성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생명보험협회도 “금융당국의 요구수준보다 훨씬 높은 지급여력(RBC)비율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예보료를 걷는 것은 이중규제”라며 “이렇게 쌓아둔 돈을 예보가 실제 사용할 일이 생길지도 의문”이라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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