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속 CCTV]신용카드는 알고 있다…당신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신용카드 年 이용건수, 미국의 2배
지역·시간·성별 사용정보 차곡차곡
개인 생활 패턴 추적에 사용 가능
검·경 범죄수사 때 유용한 수단 부각
카드社, 빅데이터 분석 타깃 마케팅
유통·의료업체와 협업, 새 서비스도
  • 등록 2018-03-30 오전 5:30:00

    수정 2018-03-30 오전 7:48:03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신용카드는 당신이 언제 바에서 술을 마시거나 마트에서 무슨 물건을 샀는지, 어디를 여행했는지 등을 다 안다.”

현대 사회에서 신용카드는 폐쇄회로(CC) TV에 버금갈 정도로 우리 일상 생활 깊숙히 스며 있다. 이에 범죄 수사에서도 신용카드거래내역서는 CCTV 뺨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실제 40대 직장인 A씨의 일상 생활 속에 신용카드가 얼마나 그림자 같이 따라 다니는지 살펴보자. A씨는 자가용을 직접 운전해서 수도권에서 서울로 출퇴근한다. 아침 일찍 헬스장에 들러 운동을 한 덕일까 몸이 가벼운데다 나가는 길에 자가용에 기름을 채웠더니 마음이 든든하다. 오늘은 한 달에 한 번인 월급날이라 더 힘이 솟는 모양이다. 기분이다, 직장 동료에게 점심을 샀다. 동료는 대신 커피를 샀다. 되도록 칼퇴근하고 가족과 오랜만에 외식할 셈이다.

A씨의 일과는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이다. 하지만 신용카드사는 A씨를 24시간 감시하며 빅데이터 분석·활용을 위해 데이터를 축적한다. 이를 위해 카드사는 매일 소리없이 수많은 A씨의 소비 흔적을 쫓아다닌다. A씨가 동료에게 산 것은 점심 한 끼고 얻어 마신 것은 커피 한 잔이지만 수많은 A씨의 사례를 모아 자료화하면 소비 성향이 된다. 현재 카드사들이 특정 시간에 특정 상품을 구매할 때만 혜택을 주는 카드를 발급하는 것은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마케팅이 아니라 이런 자료를 분석한 결과물이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가 커피 소비를 분석해 고객층을 분류한 것은 좋은 예다. 전체 커피 고객은 여성(59%)이 남성(41%)보다 많지만 40대 이상에서는 남성(53%)이 여성(47%)을 앞질렀다는 점을 짚어냈다. 특히 40대 이상이 이하보다 한번에 결재하는 커피금액도 더 큰 것으로 집계됐다. 누구를 상대로 커피를 팔아야 하는지 명확해진 셈이다.

A씨가 신용카드와 연계한 각종 자동이체도 정보의 보고다. 월급날 당일 그의 신용카드에서는 헬스장 이용료가 빠져나간다. 그와 비슷한 연령층의 카드 고객이 어떤 여가 및 문화 생황에 평균 얼마를 쓰는지에 따라 마케팅 방법과 대상이 달라진다. 술은 얼마나 자주 마시는지, 책을 한 달에 몇 권을 사는지, 영화는 몇 편을 보는지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이같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이 가능한 배경에는 우리나라 전체 지급결제에서 신용카드의 이용건수가 압도적으로 높다는데 있다. 실제 미국과 독일 영국 등 주요 10개국의 1인당 이용건수는 평균 50.9건 비해 우리나라는 208.1건을 기록했다. 신용카드로 1000원 미만 소액결제까지 가능하다보니 딱히 지갑에 현금을 갖고 다닐 필요도 없는 만큼 신용카드 사용 빈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범죄 수사에서도 신용카드 사용내역서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예컨대 A씨가 사건에 연루돼 경찰이 행적을 좇는다고 가정해보자. A씨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굳이 CCTV를 틀어보지 않아도 윤곽은 그려진다. A씨는 출퇴근 길에 자신의 흔적을 곳곳에 남겼다. 고속도로 하이패스를 이용하면서 한번, 주유소에서 또 한 번.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규명하는대도 신용카드 내역서가 결정을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신용카드는 범죄 단서를 규명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결제가 더욱 촘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카드결제 정보가 주목받으면서 최근 이종업계 간 업무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신한카드는 차량공유 및 음식배달 정보통신(IT) 업체 우버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BC카드는 유통업체인 GS25와 카드 판매 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하나카드는 한의학회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IT, 유통, 의료 등 결제 정보는 또 다른 소비의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뒤집어보면 일상생활속에 신용카드는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가 됨으로써 신용카드 사용자들은 카드사에 모든 행적을 데이터로 남기게 된 셈이다.

한 신용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카드 없는 소비가 없을 정도로 휴대폰 앱 등 간단한 방식으로도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해지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며 “범죄 수사에 있어서도 신용카드사용내역은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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