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올 3월 들어 아파트 전세시장이 빠른 속도로 안정세를 찾고 있다. 지방과 수도권 외곽은 물론이고 서울 일부 지역에서도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세 수요보다 매물이 늘어나면서 봄 이사철 특수가 사라져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추세가 연중 최대 이사 시즌인 가을까지 계속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2월 둘째 주까지 0.10% 수준이었으나 3월 들어 0.02%로 둔화하더니 둘째주와 셋째주에는 각각 0%로 보합세로 전환했다. 전국적으로는 3월 첫째 주부터 전셋값 상승률이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같은 ‘3월 전셋값 하락’은 예년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지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 아파트 월별 전세가격 추이(KB국민은행 조사)를 살펴보면 3월 평균 전세가격 상승률은 0.69%로 가을철 이사 수요가 가장 많은 9월(0.96%), 10월(0.76%)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 봄 이사철이라는 계절 변수와 상관없이 전세시장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 부동산정보팀 관계자는 “지난 십수년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렸지만 등락 폭은 월별로 차이가 있었다”며 “해마다 연말 연초 이사 비수기 때 가격 상승폭이 둔화했다가 3~4월에 한 차례 반등한 후 8월까지 약세가 지속되다가 9~10월에 다시 상승하는 양상이었는데 올해는 다소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달 아파트 전세시장이 이상 징후를 보이는 것은 올해 상반기 입주 물량이 많은데다, 수요자들이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전세로 들어가기보다 집을 매입하면서 전세 수요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측은 “최근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매매로 전환한 전세 수요가 많았고, 서울시가 재건축 이주 시기를 올 하반기 이후로 분산시키면서 올해 상반기 전셋값 인상 변수가 뒤로 연기됐다”며 “일부 집주인들은 월세로 내놓으려고 했던 집을 오히려 전세로 돌리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가을철 이사 성수기 때 전셋값이 예년처럼 뛰기는 하지만 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수도권 입주 물량 증가로 연말까지 전세가격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올해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겨울방학 시즌 전 이사 수요 증가 등 계절 요인의 힘을 받아 하반기로 갈수록 강보합세를 유지하기는 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올해 전체를 보면 경기권에 새로 분양을 받은 사람들의 입주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 예년보다 전셋값 상승세가 크게 탄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