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마련된 기린이치방 팝업스토어 ‘기린이치방 가든’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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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주류 성수기인 여름을 맞아 주류업계 내 팝업스토어(임시 매장) 마케팅이 줄을 잇고 있다. 정부의 엄격한 주류 마케팅 규제로 시음행사나 증정품 행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팝업스토어를 통해 소비자가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주류업체들은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거나 오픈을 앞두고 있다.
하이트진로(000080)가 수입 판매하는 일본 맥주 ‘기린이치방’은 지난 6월 1일부터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팝업스토어 ‘기린이치방 가든’을 운영 중이다. 오픈 한 달만에 누적 방문객 1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이 때문에 당초 이달 10일까지였던 운영 기간을 24일까지로 늘렸다.
롯데주류의 ‘청하’도 꾸준히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다. 지난 4일에는 논현동 소고기 전문점 ‘안동 뭉티기와 투뿔구이’에서 청하와 어울리는 음식을 제안하는 일일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지난달 청하와 도다리회 팝업스토어를 선보인 이후 두 번째다.
유명 유럽 맥주 브랜드 역시 내달 중 팝업스토어를 선보일 예정이다. 팝업스토어를 통해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렇듯 주류업체들이 팝업스토어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주류 마케팅 규제 때문이다. 정부는 과도한 주류 소비를 막기 위해 주류 시음행사와 증정품 행사를 엄격히 제안하고 있다. 시음행사의 경우 출시 3개월 이내의 신제품만 가능하고 마케팅을 위한 증정품의 경우에도 판매 가격의 5% 이상을 넘겨서는 안 된다. 소주 판매가(4000원)를 고려하면 증정품 가격이 200원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사실상 제대로 된 증정품 행사를 진행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팝업스토어는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다.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 이미지를 습득하게 만들 수 있다. 또 소비자들이 매장을 다녀간 뒤 현장에서 체험한 사진이나 후기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업로드하면 바이럴 마케팅 효과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다.
| 지난해 5월 홍대에서 문을 열었던 참이슬 팝업스토어 ‘이슬포차’(사진=하이트진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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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주류 팝업스토어 운영은 쉬운 일만은 아니다. 주변 상권의 반발 등 매장 선정부터 운영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잡음을 주류업체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팝업스토어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는 주변 상권의 불만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해 서울과 부산에서 문을 열며 큰 이슈가 됐던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팝업스토어 ‘이슬포차’ 역시 주변 상권의 반발에 부딫혔다. 이 때문에 하이트진로는 올해 이슬포차 오픈 계획조차 잡지 않았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지난해 이슬포차와 관련해 주변 상권의 불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대한 주변 상권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슬포차 덕분에 유동인구가 늘어나 주변 상권이 살아나는 효과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