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화학단지. 우즈벡 북서쪽 수르길 가스전에서 생산된 가스를 110㎞ 떨어진 가스화학 공장으로 보내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이 플랜트 건설 일감은 GS건설(006360)과 현대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028050) 등 3곳이 공동으로 수주해 공사를 진행했다. GS건설은 지난해 3분기 공사를 끝냈지만 현대엔지니어링과 삼성엔지니어링은 납기일을 1년 가량 초과한 채 여전히 잔여 공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공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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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27일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액 대비 5% 이상인 사업장별 미청구공사, 공사미수금 등 세부 공시 내역을 살펴본 결과 완공예정일이 지났음에도 공사진행률 90%가 넘는 상태가 1년여 동안 지속되는 가운데 미청구공사나 공사미수금(매출채권)이 눈에 띄게 적게 계상됐거나 이 두 가지 내역이 아예 없는 사업장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잔금은 대략 수주금액의 10~20% 선에서 정해지는데, 공사가 끝나기도 전에 공사잔금을 발주처가 먼저 준다는 얘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며 “특히 해외 현장에서는 공사가 끝난 뒤에도 공사잔금을 못 받아서 우리 건설사들이 고생을 하는 곳이 수두룩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즈벡 가스전 공사대금은 공사진행률에 해당하는 만큼 다 받았지만 부대시설 하자보수에 따른 유보금은 남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공사가 끝나 대금까지 다 받았지만 하자보수충당금을 쌓게 되면 이 비용이 총예정원가로 잡혀 공사진행률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공사진행률은 실제투입원가를 총예정원가로 나눈 값으로 분모인 총예정원가가 늘어나면 공사진행률이 하락한다. 또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우즈벡 가스전 사업장은 공사진행률에 정확히 맞춰 공사대금이 들어온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완공예정일을 훌쩍 넘긴 사업장 중에선 미청구공사나 매출채권이 한 푼도 잡혀 있지 않은 사업장도 있다. 발주처가 건설사가 계산한 공사진행률대로 수주금액을 모두 지급해야 가능한 일이지만 이는 건설현장 상식과는 배치돼 시장의 오해를 사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일부러 공사기간을 무한정 늦춰 손실 반영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우즈벡 가스전 공사에 함께 참여한 GS건설은 지난해 이미 300억원대 손실을 털고 공사를 끝냈다. 사업장 한 곳의 손실 규모는 적을 수 있지만 이런 사업장이 여러 곳이라면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