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직전 설문에서 압도적인 지적을 받고도 다음 설문조사때 후보군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STX조선·팬오션, 웅진홀딩스, 금호산업·타이어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회사채 시장이 SRE를 통해 강도높은 문제를 제기했고, 이후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가 결정되며 BBB급 이상이 대상인 후보군에서 비자발적으로 빠진 경우다.
STX와 웅진홀딩스 위기 예고
16회 SRE(2012년 10월)에서 STX조선해양·팬오션은 응답자 111명 중 83명(득표율 75%)으로부터 신용등급이 적정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네명 중 세명의 표심(票心)이 집중된 것이자, SRE 10년 역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 기록이기도 했다.
당시 설문 3개월전 일부 신용평가사가 STX팬오션의 등급을 A에서 A-로 낮추고, STX와 STX조선해양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지만 시장의 불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STX계열사들은 금융위기 직후인 9회 SRE(2009년 4월)때 처음 등장한 이후 17회(2013년 4월)까지 4년간 총 8회에 걸친 설문에서 줄곧 상위권에 랭크됐다. 말 그대로 시장의 줄기찬 경고음이 이어졌던 것이다. 19회(2014년 4월)에 이르러서 STX계열은 법정관리로 후보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금호·이랜드·효성·대우차판매도 지적
21세기 국내 M&A역사 ‘승자의 저주’편의 원조격인 금호아시아나그룹도 2010년 초 워크아웃이 결정되면서 위험 경고 목록에서 삭제된 경우다. 5회 SRE(2007년 4월)때 처음으로 20% 이상의 응답자가 등급적정성에 문제를 지적하기 시작한 이후 10회까지 6회 연속 시장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랜드는 한국까르푸 인수 직후인 2006년 4월부터 2008년 4월까지 SRE의 경고가 지속됐고, 2008년 5월 한국까르푸 재매각을 전격 발표했다.
기아車처럼 자연스레 해소도
SRE에서 문제제기를 많이 받은 곳이라도 업황개선이나 환율 등 외부환경으로 자연스레 등급 적정성 논란이 해소된 곳도 있다.
대표적 사례가 SRE초기에 관심이 집중됐던 기아자동차다. 2007년 4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신용등급 적정성 지적이 이어졌지만 이후 환율상승과 정부의 산업지원 정책 등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시장의 논란도 자연스럽게 잦아들었다.
21회 설문에서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삼성테크윈·토탈도 득표율은 많았지만 한화그룹으로의 M&A가 종료되지 않는 상황에서 당장 등급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아니라는 것이 SRE 자문단의 공통적 의견이다. 다음회 설문에서 M&A가 완료되고 그에 따른 평가도 마무리된다면 자연스레 논란의 강도도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1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s by Edaily)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21회 SRE는 2015년 5월1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문의: sto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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